잡담/소설

보기왕이 온다

mad wand 2022. 6. 5. 21:38

일본의 미스터리 호러 소설

 

제목에 나오는 보기왕은 서양귀신(?) 부기맨의 일본스킨 버전이라고 생각하면 될 듯

부기맨 영화를 언젠가 봤던 것 같은데, 부기맨 타이틀을 단 영화가 더럽게 많기도 하고, 거울이 나왔다는 거 외에는 기억 나는게 없어서 내가 뭘 봤는지는 모르겠다. 어쩌면 캔디맨(1992)를 부기맨으로 기억하고 있는 것일 수도 있고(...)

 

소설은 총 3장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각 장은 구성이나 전개면에서 약간의 차이가 있다

 

 

1장


주인공의 주변에서 불가지의 사건이 일어나며, 그와 관련된 미지의 존재로부터 느껴지는 공포감이 좋았음

전개나 감성이 보편적인(?) 일본 공포영화와 가장 유사한 장이다. 

(정체모를 무언가를 발견한다거나, 기묘한 현상이 일어나는 식의 전개? 당장 머리에 떠오르는 영화로는 귀담백경, 노로이 등이 있다)

 

하긴 부적이나 호부도 어떤 이치로 효험이 있는지 생각해본 적이 없지 않은가?
무엇 때문에 효험이 있는지 설명할 수 있는 사람도 없으리라.
그럼에도 나는 가는 곳곳마다 닥치는 대로 부적들을 사모아서 집에 장식하지 않았던가!
노자키가 커피숍에서 말했던 '비과학적인 대책을 강구한다'는 말이 무슨 뜻인지 조금은 알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라면 너무나 막막할 테니까 내가 아는 범위에서 말하자면..."
마코토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입을 다물더니 잠시 후 덧붙였다.
"그 뭔가 하는 녀석은 흔히 말하는 '귀신이 씌다'는 것과는 달라요."
"보기왕 말인가요?"
"네. 기본적으로 어딘가... 멀리 있어요."
"멀리?"
"네, 멀리." 그녀는 내 말을 따라하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이름을 부르는 건 그래서인 것 같아요. 매번 멀리서 찾아오기 때문에 자신이 찾는 사람이 맞는지 안 맞는지 자신이 없어서요."
이해할 수 없는 이야기는 아니다. 나름대로 앞뒤가 맞는다.
그녀가 말한 막막한 느낌이 조금 희미해지는 것 같았다.
"그렇군요. 그런데 앞으로 어떻게 하면..."
그러자 그녀는 곤란한 표정으로 말했다.
"집에 가셔서 부인과 아이에게 다정하게 대해주세요"
"네?" 
어이가 없어서 무의식 중에 그런 말이 튀어나왔다. 어느새 의자에서 일어나 있었다.
지금 나를 바보 취급하는 건가? 아니면 봉으로 생각하는 건가? 어쩌면 둘 다일 수도.
마음 속에서 분노가 솟구쳤다. 얼굴에 경련이 이는 것을 스스로도 알 수 있었다. 



2장


1장의 사건을 1장의 주인공과 다른 인물, 다른 시점에서 좀 더 면밀하게 볼 수 있다.

그 이야기라는게 1장과 달리 현실적인데, 현실에서 보거나 겪을 수 있을 만한 이야기라서, 보는 이에 따라서 꽤 무서울지도

 

'이것이 독박육아의 공포!?'라며 벌벌 떨며 읽는 사람도 있을까봐 겁나는데, 훠미니즘에 어지간히 뇌가 절여진 인간이 아니라면 그 정도로 왜곡해서 읽는 사람은 없을 것 같다.

 

1,3장과 달리 현실적인 부분이 많고, 관점에서 오는 반전 때문에 2장은 신선한 재미가 있는 편이다.


3장

 

히가 마코토의 언니 히가 고토코가 등장.

앞장들보다 캐릭터 설정과 묘사에 들이는 공이 많은 편이다.

 

주인공들은 보기왕의 기원을 파헤치게 되고, 다하라 일가에 일어난 괴사건은 마침내 끝나게 된다. 

 

1,2장에서는 불가해한 존재로써 보기왕이 등장하고, 그로 인해 인간의 힘으로는 이해할 수도 없고, 감당할 수 없는  사건이 일어 났었다. 이전 장들이 거기서 느낄 수 있는 공포를 재료 삼아 이야기를 전개했다면, 3장은 명확하게 모든 것이 밝혀짐으로써 공포감 자체는 덜한 편이다.

 

짧게 줄이면 1,2장이 일본 공포 영화에서 흔히 느낄 수 있는 감성이라면, 3장은 적당히 시원한 퇴마물 느낌? 

그래서 보는 이에 따라서는 3장의 전개 자체에 실망감을 느끼고, 덩달아 작품 전체의 평점도 낮게 주는 경우도 있을 것 같다. (창작물의 등장인물들이 미지의 존재에게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작품을 선호하거나, 그 존재가 작품 끝까지 "알 수 없음" 상태로 남는걸 좋아하는 쪽이라면 특히 더 그럴 것이다)

 

 

-이하 인용글은 본문과는 아무 상관없는, 지조가 없는 오타쿠 이와다씨에 관한 작중 묘사다

이와다는 헤실헤실 웃으면서 둥근 머리를 긁적였다.
가라쿠사를 통해 알게 된 오컬트 마니아 대학원생이었다. 진지함을 뛰어넘어 편집광적인 사람으로, 틈만 있으면 전국을 돌아다니며 희귀본 책들을 수집하고 있다.
틈이 없어도 인터넷을 통해 닥치는 대로 산다고 한다.
관심 분야도 중소기업 사장의 포르노 자서전부터 지하 아이돌이 직접 제작해서 파는 온몸의 털이 곤두설 만한 코스프레 사진집, 심지어는 모모야마시대의 승려가 그린 유치한 지옥 그림까지 폭이 넓다. 아니, 폭이 넓다기 보다 지조가 없다. 그런 종류의 사람치고는 보기 드물게 수집한 책을 모두 읽는다고 해서, 보기왕에 관해 대강 설명하고 협조를 구했다. 여행 가는 곳이나 인터넷에서 그럴 듯한 책을 발견하면 말해달라고 한 것이다. 

 

 

 

p.s

작품 내에 등장하는 거울의 주술적 의미는 거울이 빛을 반사하면 존재의 실체가 드러난다거나, 주술 자체에 영적인 기운이 있다거나..뭐 그런 쪽의 아이디어를 따온듯

 

 

작중 등장하는 끈목이 대강 어떤 느낌인지는 알겠는데, 이런걸 끈목이라고 하는 것 같다

 

 

 

어째선지(?) 코미컬라이즈가 됐는데, 표지 그림체가 영 맘에 안들어서 만화판 작가 이름으로 검색을 해봤다.

 

Takahiro Kawamoto

川本 貴裕

 

...그런데 19금 상업지 출신 작가인듯. 원작자와 교류가 있던 사이인지 어쩌다가 만화판을 담당하게 됐는지 궁금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