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인 솔즈 리뷰
최근에 즐긴 게임들 중 하나인 나인 솔즈
테트리스, 스트리트 파이터, 1945, 심시티 뭐든 간에, 장르가 명확하게 구분되던 시대와 달리 현세대 게임들의 장르 구분은 명확하지 못하다. 과거의 장르 구분도 마케팅용 태그에 가깝다고 생각하지만, 지금은 장르의 경계가 흐릿해지다보니 "이런 요소가 있으니사실 분들은 참고하세요" 라는 의미에 가까운 경우가 많다.
즉 현세대의 메트로배니아들은 장르의 원전인 메트로이드 시리즈, 악마성 시리즈(클래식x)에서 여러가지 색채가 덧입혀진 작품들이 더러 있다는 말이다.
나인 솔즈는 전투적인 측면에서는 세키로식 패링 시스템을 적극적으로 도입하였고, 스토리텔링은 RPG 혹은 어드벤처게임과 유사한 부분이 많다. 탐험적인 측면은 일반적인 메트로배니아를 떠올리면 충분하지만, 평균적인 필드의 규모가 크지 않고, 짜증나는 구간이 많지 않아서 그 탐험 난이도가 높지는 않다.
제작진은 필드 탐험의 비중을 낮추는 대신, 보스전과 스토리텔링에 힘을 기울였는데, 이 3요소의 비율과 완성도가 크게 아쉬운 부분없다보니 그 배합이 매우 훌륭하게 느껴진다. 보스전은 익히 알려지다시피 패링하는 손맛, 패턴 파훼가 재밌고(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주인공의 딜은 초반부터 극후반까지 조금 더 쎄게 만들었으면 좋았을 것 같지만), 내러티브와 스토리텔링에서는 반교, 환원에서 쌓은 경험치가 잘 느껴졌다.
...물론 기본 한국어 번역은 좀 등신 같은 부분이 있어서 감상을 저해했지만, 번역 개선 패치를 적용한 이후에는 그런 부분을 찾을 수 없었다.
굳이 단점들을 떠올려 보자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다음과 같다. 이벤트씬을 스킵할 수 없고, 부활지점과 보스방과의 거리가 다소 떨어져 있는 경우가 많다보니, 재도전이 피곤한 보스들이 더러 있었다는 것이다.
첫 보스로 접했던 형천의 경우, 등장씬과 2페 돌입씬이 너무 길게 느껴져서 빡종이 마려울 정도였지만, 플레이타임이 쌓여가면서 익숙해진건지, 스킵 모드도 없어서 포기한건지 나중에는 무덤덤해졌던 기억이 난다.
시스템에 익숙해지고, "예"가 강해짐에 따라 게임이 쉽게 느껴질 때쯤에 한번 큰 고비가 찾아왔는데, 그건 바로 부접이다.
부접의 복장(?)이나 바스트 모핑(?) 그런 문제가 아니라, 순수하게 보스전이 어려워서 힘들었기 때문이다.
1페이즈는 크게 어려울 게 없었고, 2페이즈는 짜증나는 점이 있긴 했지만 어찌저찌 넘어가고, 3페이즈가 답이 없었는데, 특정 패턴 2개의 대처법이 전혀 떠오르지 않았다. 결국에는 영상도 찾아보고 검색도 해봤는데, 점프 패링은 플레이어 방향과 무관하게 패링이 가능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나인 솔즈의 보스전들이 꽤 잘만들어졌다고 느낀 이유는 이렇듯 게임 시스템을 익히고, 활용해야 하는 깰 수 있는 식으로 디자인 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이는 비단 부접 뿐만 아니라 형천부터 마지막 보스, 그리고 각종 미니 보스들에게도 통용되며, 이로 인해 플레이어는 저마다 다른 색깔의 보스전을 즐길 수 있음과 동시에 점진적으로 게임에 숙달되게 된다.
수 없이 죽고, 재도전하는 경험들은 자연스레 클리어로 이어졌고, 그 죽고 죽는 과정에서 느끼는 감정들(?), 성취감과 만족감은 일반적인 메트로배니아 보다는 소위 소울라이크라고 불리우는 ARPG와 가까웠다.
돌이켜보면 부접전은 여타 보스들처럼 잘만들었다고 생각되지만, 레벨 디자인은 보스전에 비해 아쉬운 부분이 있었다. 내 생각에는 플랫포머 뺑뺑이 구간을 과감하게 축소시켰어도, 부접의 인상, 캐릭터 해석, 전체적인 스토리에 대한 감상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을 것 같다.
그리고...
사실 그 이전에도 느꼈던 것이지만, 나인 솔즈는 패링을 적극적으로 사용하도록 강제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일반 필드나 보스전에서도 일대 다수로 싸워야 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1:1을 상정한 패링과 다수의 적과의 전투는 그다지 궁합이 좋지 못하다. 제작사는 다수의 적을 상대할 수 있는 마련해두었지만, 개인적으로 일대다의 전투 경험이 썩 유쾌하진 않았다.
게임 극초반부터 일대다로 싸워야 할 때가 많았지만, 어느 시점부터는 조금 치는(?) 근접몹과 원거리몹, 비행몹이 섞여서 나오는 경우가 많다 보니, 전투에서 재미보다 피곤함이(패링에 집중할 수 없음) 앞설 때가 많았다.
나인 솔즈는 몇가지 사소한 단점이 있긴 하지만, 다양한 패턴을 갖고 있는 보스들, 그리고 패링, 점프, 스킬을 활용해서 그 패턴들을 파훼하면서 얻을 수 있는 전투의 즐거움이 상당히 뛰어난 작품이다. 물론 그 과정에서 제법 죽을 가능성이 높지만, 조금 색다른 메트로배니아를 찾는 게이머라면 한번쯤 플레이 해봐도 후회하지 않을 것이다. 장르는 다르지만, 특히 세키로를 재밌게 즐긴 분들이라면 필시 나인 솔즈도 재밌을 것이다.
....혹시 재미가 없으면....2시간 내에 환불을 하면 되는 것이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