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니콘 오버로드 40시간 플레이 후기
작년에 개인적으로 안좋은 일이 연달아 일어나다보니, 진득하게 게임을 하고 싶은 욕구가 생기지 않았다. 발더스 게이트3만 해도 종장에 들어간 후 손을 놓은 상태고(6개월 넘게 방치), 뇌비우고 간단하게 할만한 게임만 가끔 플레이했었다.
스팀으로 안?못? 하는 게임도 꾸준히 사고 있지만, 야숨 왕눈 이후로 먼지만 먹고 있던 스위치가 아쉬워서 간만에 신작, 유니콘 오버로드를 구매했다.
...예구까지 했지만, 역시나 유니콘 오버로드도 포장만 뜯고 튜토리얼 한판 하고, 한달 이상 방치를 했지만.
방치를 했던 이유야 앞서 말한 이유도 있지만, 13기병 방위권의 일러스트레이터가 참여하지 않았다는 사실도 영향이 있었다. 나는 13기병의 그림체나 여캐 디자인이 굉장히 마음에 들었었는데, 아스트리브라 리비전의 일러스트레이터가 나쁘다는건 아니지만 주인공 디자인부터 "나는 전형적인 주인공입니다"라고 온몸으로 말하는 것 같아서 크게 매력이 느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사실 13기병도 리젠트남, 안경잽이남, 여두목(?)은 슥 보기만 해도 캐릭터 성격이 보이는 디자인이긴 하지만
어쨌거나 본작의 튜토리얼을 깬 후, 한달~두달동안은 한두판씩 깔짝깔짝 플레이하다가 최근 1~2주 사이에 몰아서 플레이를 했는데...
내가 느끼기에 이 게임에서 가장 재밌는 부분은 부대편성 및 명령 조합, 아이템 세팅이다. 그런 측면에서는 심포니 오브 워에서 느낄 수 있는 재미와 일견 비슷한 점이 있다.
만약 SRPG 장르에서 "게이머가 전장을 파악하고, 전략과 전술을 짜서 적을 무찌르는" 점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면, 이 게임에서 실망감을 느낄 가능성이 있을 것이다.
내 경우에는 전투를 하자마자 느꼈던 점이 13기병 방위권 어택땅 느낌이 너무 심하게 난다는 것이었다.
물론 이는 13기병 방위권의 전투를 폄하하려는 의도는 없다. 개인적으로 13기병 방위권의 전투는 잘만든 플래쉬게임을 하는 느낌이었고, 타격감도 은근히 좋아서(?) 꽤 맘에 들었기 때문이다.(난이도를 올리면 적들이 쏟아져나오고 이래저래 스킬 쓸 게 많아서 정신이 없어지기도 하고)
그런데 유니콘 오버로드에서는 플레이 타임 10시간을 넘기기 전까지 전투가 상당히 지루하게 느껴졌다.왜냐하면 초반에는 부대와 병종, 조합을 다양하게 굴릴 수 없는데다가, 부대를 전투에 투입시키기 전에 결과를 알 수 있다보니 게이머가 전투에 관여할 부분이 매우 적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그런데 마의 10시간(?)을 넘긴 후에는 동료들도 어느정도 생기고, 부대랑 병종도 초반보다는 훨씬 풍성해진다.
그쯤되서는 무지성 어택땅도 잘안먹히다보니, 어쩔 수 없이 부대 편성, 아이템 세팅, 명령어 세팅을 고민하게 되고, 고심(...하다가 이미 클리어 한분들 거 참고해서 적당히 베끼기)을 하게 된다.
아무 것도 모르고 무지성 어택땅을 갈겼을 때는 대미지가 쥐젖만큼도 안박히거나 선공치고 개박살나던 부대. 개노답 지휘관과 개노답 부대들. 개노잼.
그렇지만 점차 동료 영입, 아이템 파밍을 하고 부대 편성을 건드리다보면 개노답들이 점차 강력해지게 된다.
개인적으로 플탐 10시간을 기점으로 게임이 점진적으로 재밌어졌고, 20~30시간쯤에는 부대 세팅에 상당히 많은 시간을 꼴아박을 정도로 열심히 플레이를 하게 됐었다.
현재 맵 답파율로 봐서는 게임의 약 3/4를 즐긴 것 같은데, 앞서 말했듯이 유니콘 오버로드의 가장 큰 재미는 부대편성 시스템이다. 이 부분에 흥미가 없는 분들이라면 다른 SRPG를 즐기는게 좋을 것 같고, 그게 아니라면 유니콘 오버로드를 꽤 재밌게 즐길 수 있으리라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