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플레이버 텍스트, 지식욕의 스토리텔링

mad wand 2021. 1. 15. 1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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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의상 반말로 작성되었습니다. 양해바랍니다.

 

 

인간은 호기심의 동물이다. 처음 보는 것을 보면 그것에 대해 알고 싶어하고, 그 욕구가 심화되면 지식욕으로 심화되기도 한다. 컨텐츠를 만드는 사람들은 이런 습성(?)을 문화계 전반에 이용하고 있는데(가장 쉽게 접할 수 있는 것은 티저마케팅일 것이다), 오늘은 인간의 호기심을 게임계에서 어떤 형식으로 활용되고 있는지 알아보도록 하자.

 

 

일본에서는 빅쿠리맨, 한국에서는 수리수리 풍선껌이라는 이름으로 수입되었던 상품이 있다. 빅쿠리맨에는 캐릭터 그림과 간단한 텍스쳐가 인쇄되어 있었다고 하며, 이 텍스쳐로 만들어진 세계관이나 내러티브가 얼마나 매력적이었는지 컬트적인 인기를 구가하면서 파생상품으로 시장을 넓히게 된다.-빅쿠리맨이 플레이버 텍스트의 시초가 아닐 수도 있지만 , 내가 알기로 가장 유명하면서 오래된 것이 빅쿠리맨이다

 

 

고혹적인 붉은 입술로 웃음을 흘리는 관음보살. 당시의 소년들에게는 너무 자극이 강하지 않았을까? 궁금해지는 부분이다

 

스틱카 중에서 고가에 거래되는 상품도 있다고 한다

 

 

수리수리 풍선껌은 보다시피 그림과 문자로 이루어져 있는데, 텍스트로는 캐릭터에 대한 설명(관음보살은 미소가 훌륭하다!)과 세계관(천사가 있는데 악마도 있다!)를 알려주고 있다. 후면에서는 대사없이 신캐릭터 2명을 보여줌으로써, 호기심을 유발하는 악마적인(?) 상술을 엿볼 수 있다. 보는 이에 따라서는 구린 그림체, 세계관? 그래서 어쩌라고 so what? 소리가 나올 수도 있겠지만, 취향에 맞는 이들에게는 소유욕과 지식욕 모두를 충족시키는 상품이었을 것이다.

 

 

 

 

엉덩이로 동물을 깔아뭉개고 다니는 삼장법사. 당시의 2D 동물인권이 얼마나 저열했는지 알 수 있다. 삼장법사가 현생인류였다면 최소 사형 또는 sns박제와 국민청원각

 

삼장법사, 아마도 손오공, 아마도 저팔계. 저걸 본 순간 모아야 한다는 압박감이 들었을 것 같기도 하다. 여담이지만 사오정은 인기와 여백이 부족해서 인쇄되지 못한걸까

 

 

 

 

 

 

출처 : 네이버 블로거, 챔푸님

 

수리수리 풍선껌 - 천사 대 악마 스티커 : 네이버 블로그 (naver.com)

 

수리수리 풍선껌 - 천사 대 악마 스티커

추억은 방울방울!!! 그때 그시절!!! 롯데의 수리수리 풍선껌을 기억하시나요??일본에서도 고가에 거래가 되...

blog.naver.com

 

 

 

 

 

 

 

장원급제천사는 생긴 것과 다르게 재수없는 밉상 설정이다. 외모까지 잘났으면 소년소녀들이 박탈감에 스틱카를 찢어발겼을듯

 

 

빅쿠리맨 성공의 배경은 복합적이었겠지만, 그 요인 중 하나는 텍스트를 통해 미지의 세계를 읽고 풀어나가면서 얻게 되는 지적인 쾌감이었을 것이다. 이 점을 포착한 게임 개발사들은 그 특성을 게임에 녹여내기 시작했는데, 플레이스테이션1로 발매되었던 Serial Experiments Lain이나 게임보이로 발매되었던 DT Lords of Genomes를 들 수 있다. 두 작품의 공통점은 단편적이고 난해하면서 파편화된 텍스트를 플레이어가 정리하고, 모자란 부분은 상상력으로 메꾸면서, 세계관이라는 퍼즐을 스스로 짜맞춰야 한다는 것이었다. 어찌 보면 개짓거리 중노동이겠으나, 세계를 알아가면서 얻는 즐거움은 여타 작품에서 느낄 수 없는 독창적인 재미였다. (...라고 말했지만 내가 알기로는 두 게임 모두 상업적인 성공은 거두지 못했다. 게임을 하면서 항상 느끼는 거지만 게임에서 상상력이 개입하는 부분이 너무 과하면, 시각적인 즐거움을 스스로 포기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기때문에 균형을 맞추는게 어려울 것 같다. 다 때려부수는 재미는 그런 균형을 생각할 필요가 없겠지만)

 

이런 특징을 활용했던 디지털 컨텐츠는 두 작품 외에도 다수 있었고, 대표적인 아날로그 컨텐츠로는 매직 더 개더링을 들 수 있다.

 

 

DT lords of gnomes

아wwww 이런걸 누가 하냐고wwww

 

 

플레이버 텍스트를 활용한 IP는 현재까지 꾸준히 제작되고 있으며, 최근의 작품으로는 npc들의 대사나 아이템의 설명, 이벤트 등으로 파편화된 스토리를 들려주는 다크소울이나 인투 더 브리치가 있다.

 

 

앞서 말했듯이 플레이버 텍스트를 이용한 스토리 텔링은 명시적인 스토리가 없기 때문에, 플레이어가 직접 찾아내고 연구하는 재미가 있다. 허술한 부분에는 상상력이 개입될 여지가 있고, 그에 따라 다양한 해석이 가능하기때문에(아무 의미없는 키배를 뜨는 사람들이 생긴다는 부작용도 있다) 이야기의 생명력이 다른 방식들보다 조금 더 길어질 수도 있을 것이다.

 

게이머가 이야기를 수동적으로 따라가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호기심을 원동력으로 스토리라는 실감을 스스로 찾아내고, 그 소재를 상상력이라는 도구로 꿰서 하나의 옷으로 만들어가는 즐거움. 게임 내적으로 이야기의 주인공이 되는 체험을 함과 동시에, 한발짝 떨어져서 세계관을 빚어내는 방직공이 될 수 있다는건 플레이버 텍스트의 특징이라고 본다. 이에 그치지 않고 플레이어가 게임을 플레이한 경험과 해석들을 공유하는 순간, 새로운 즐거움이 생기기도 하는데, 불특정 다수의 유저들이 하나의 게임으로 의견을 교환하면서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재미는 MMORPG의 감성 -커뮤니케이션- 과도 통하는 면이 있다. 나는 이런 요소들(지식욕, 창조욕, 사회적 욕구)이 플레이버 텍스트가 명맥을 유지하는 비결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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