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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 여신전생5 리뷰

mad wand 2021. 12. 12.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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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에 게임과 관련된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편의상 반말로 작성되었습니다. 양해바랍니다.

*진여신전생5=smtv

 

 

 

쓸쓸히 남은 허물을 보노라면 이 마음 세상과 멀어지는 듯 하다

...만신 쿠보 타이토의 포엠(Poem)급 시. 허나 사실은 아무 의미 없는 진여신전생5의 인트로

 

 

...

 

 

아틀러스 게임이라고는 옛날부터 이름만 알고 있었고 실제로 플레이한 게임이 없었다.

그러다 일년전 스팀판 페르소나4 골든을 해보게 되었고, 생각보다 많이 재밌어서 이번에 진여신전생5(이하 smtv)을 하게 되었다. 말하자면 진여신전생 입문작이란 뜻이다. 따라서 나는 이 시리즈의 정체성이 어쩌고 저쩌고는 전혀 알지 못하고, 다룰 생각도 없다. 철저하게 5편에 관해서만 이야기를 할 생각이다. 

 

 

먼저 전반적인 게임 시스템에 다뤄보겠다.

 

 

그래픽의 경우 모델링이나 오브젝트 등은 스위치의 성능을 생각하면 의외로(?) 괜찮은 편이다. 다만, 심심하면 볼 수 있는 팝인, 여기저기서 느껴지는 프레임 드랍은 상당히 거슬리는 수준이다. 이런 퍼포먼스적인 단점 외에도 지나치게 밝거나, 지나치게 특정 색상이 강조된 지역은 플레이어를 괴롭게 만든다. 대표적으로 악마가 만든 시나가와구를 들 수 있을 것이다.

 

첫번째 구역인 미나토구는 맵 디자인이나 시야부터 편안하지만, 두번째 구역인 시나가와구에 도착하자마자 엄청나게 강조된 빨강색이 플레이어의 눈을 괴롭히기 시작한다. 지역들도 붉그죽죽하고, 햇빛도 시뻘겋고, 여기에 더해서 미망의 색상은 빨강색이다보니 고통이 세배. 대체 미나토구는 어떤 곳이길래 이렇게 시뻘건 곳일까 궁금해질정도다. 이렇듯 게임 전반적으로 눈의 피로도를 고려하지 않은 듯한 지역이 종종 나온다. 패치를 할지 안할지 모르겠지만(시야각 패치도 늦어지는 한국어판), 추후에 어떤 알파벳이든 뭐든 달고 나오든간에 개선되었으면 좋겠다.

 

플레이어는 필드를 걷고, 달리고, 점프하고, 칼을 써야하는데, 이런 조작 중에서 점프의 감각은 조금 미묘한 편이다. 칼질은 누르자마자 바로 나가지만 점프는 모션 자체가 살짝 느리다. 본격적으로 대쉬 점프를 활용해야 하는 곳(컨테이너 집하장, 마왕성 등)에 처음 갔을 때 내가 생각하는 타이밍에 점프를 누르면 뛰기 전에 아래로 떨어져서 당황했던 기억이 난다. 물론 점프의 비중이 그렇게 큰 게임도 아니고, 금방 익숙해질 수 있기때문에 큰 문제는 아니라고 본다.

 

거의 대부분 스위치를 독모드+블루투스 이어폰 조합으로 즐기고 있는데, smtv의 경우 유독 음질이 나쁜게 느껴졌다. 게임 내 음악은 한두곡이 괜찮긴 했지만, 굳이 찾아서 다시 듣고 싶은 곡은 없었다. 애초에 이쪽은 정량화할 수 있는게 아니라 취향의 문제니 넘어가고, 혹여나 블루투스 이어폰을 사용하는 분들이 있다면 음질쪽만 참고하길 바란다. 

 

플레이 타임의 대부분을 보내야 하는 마계는 오픈월드로 표현되어있지만, 그 안에 담겨 있는 감성은 기묘할 정도로 특이하다. 플레이어는 지도를 들고, 다아트를 걷고, 달리고, 점프할 수 있지만, 제작진은 그 필드의 레이어를 세밀하게 쪼개놓았다. 보이는 것은 오픈월드 3d고, 플레이어가 같은 구역이라고 느끼는 곳에 서있더라도, 실제로 보이는 시야와 달리 층이 아예 달라서 아이템이 보인다고 내려갔다가 빙 돌아서 올라와야 하는 경우가 매우 빈번하다(고저차가 확연하게 보이는 곳도 있지만).

 

마치 위저드리형 2d 던전을 3d로 옮겨놓은 것 같다고 해야할까? 그래픽은 3d지만 표현방식은 2d에 가깝다. 2d 던전 탐색 게임에서 층간 이동이 계단이나 함정(...)으로만 가능했다면, 진여신전생5에서는 층간 이동을 보다 자유롭게 만들어놓긴 했지만, 2d 던전을 3d로 옮긴 것 마냥 이동 경로가 복잡한 경우가 있다. 

 

이는 악마가 만든 월드맵-미니맵때문에 괴리감이 심해지는데, 명도 차이로 레이어 어느정도 레이어 구분을 할 수 있지만, 이 조차도 걸어서 갈 수 있는 곳에만 적용되어있다. 미망, 보물상자, 미이츠 덩어리 중은 상당수는 시야로 봤을때 들어오는 직관과 실제 이동경로(층이 나눠짐)가 다른 경우가 많다. 

 

메인 퀘스트나 서브 퀘스트에서 볼 수 있는 마커는 일견 친절해보이지만, 실제 이동경로는 숨겨져(?) 있다

 

치요다구에서는 특히 심해지는데, 위의 스샷을 보면 매우 단순해 보이는 구역이지만, 실제로는 레이어를 저층-고층, 고립 구역 등으로 쪼개놨기때문에, 시야와 실제 이동 경로에 괴리감이 발생한다. 

 

이것이 단점인지 장점에 대한 가치판단은 할 생각이 없지만, 혹시나 smtv를 구매할 생각이 있는 분들은 이런 던전 아닌 던전 탐색(비하나 조롱의 의미가 아니라 게임의 표현 방식 자체가 독특하다는 의미)이 플레이 타임에서 상당히 많은 지분을 차지하고 있다는 걸 알아두길 바란다.

 

여튼 악마가 만든 지도를 들고, 마계 도쿄를 탐험하다보면 미망과 미이츠 덩어리를 발견하게 되는데, 그 보상으로 미이츠라는 재화를 얻을 수 있다. 플레이어는 획득한 미이츠를 소비해서 "카무이"라는 것을 개방할 수 있는데, dlc가 없다면 초중반까지는 재화가 모자를 것이다. 미이츠가 넉넉해서 그때 그때 다 찍을 수 있다면 문제가 안되겠지만, 실제로는 재화가 부족하기때문에 심사숙고해서 카무이를 찍어야 하는 것이다.

 

모든 카무이들이 다 좋다면 아무 문제가 없겠지만, 카무이들 간에 체감성능이 다르다보니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 각 지역의 카무이들 또한 일괄적으로 해금되는 것이 아니고, 플레이어의 미이츠 보유량도 유동적이라서 미리 알고 있는 것이 아니라면 언제든지 실수를 할 가능성이 존재하고 있는 것이다. 게임 후반부에 다다르게 되면 미이츠 입수량이 대폭 늘어나긴 하지만, 시스템적으로 카무이 리셋 시스템이 있었다면 좋았을 것이다. 

 

smtv에서 마음에 들었던 것 요소 중 하나는 악마육성인데, 시리즈의 명성 그대로 본작에서도 개성적인 디자인의 다양한 악마들이 많다. 플레이어는 퀘스트를 클리어하거나, 렙업할 때마다 새로운 악마를 해금할 수 있고, 그 악마를 만들고 육성하고, 갈아서(?) 새로운 악마로 만드는 재미는 시리즈의 고유한 재미라고 봐도 좋을 것이다.

 

내가 해본 것은 p4g밖에 없기때문에 부득이하게 악마합체 측면에서 그 작품과 비교해보자면, p4g의 경우 성능별로 명확하게 줄을 세울 수 있을 정도로 쓰이는 악마들이 한정적이었다. 그래서 육성하는 재미가 그렇게 크지 않았는데, 본작의 경우 허물 합체로 인한 스킬 이식의 편의성, 성장 기원 카무이 덕택에 육성하는 재미가 좀 더 뛰어나고 편의성도 좋아졌다고 본다(애초에 발매년도 차이가 커서 이걸 대놓고 비교하는게 우스워지긴 하는데).  물론 기본적인 방어내성때문에 극후반으로 가면 쓸 수 있는 악마들이 좁아지는 감이 없잖아 있지만.

 

이 악마 육성은 장점이기도 하지만 또 다른 측면에선 단점이 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어떤 악마를 99렙이나 몇십렙업을 하려고 한다면 문제가 발생하게 되는데, 무엇이냐하면 만렙까지 경험치를 올릴 수 있는 수단이 엄청나게 한정적이라는 것이다. 사실상 80렙 후반부터는 복음서, 마도서, 악마상을 끼고 살아야 하는데, 악마상은 회차당 그 수가 한정된 자원이며, (no dlc기준)복음서와 마도서는 여유롭게 얻을 수 있는 아이템이 아니다. 결국 악마육성을 끝까지 하려면 관련 dlc를 구매해야하며, 본편만으로는 오롯이 즐기기 힘든 컨텐츠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뭐 시간을 미친듯이 갈아넣으면 못할 것도 없긴 하지만, 과연 아이템을 아무것도 안쓰고 한마리의 악마를 맨땅에서 99렙까지 올릴때까지 몇십? 몇백의 시간이 필요할지...나는 아르테미스를 뽑으려고 dlc번들을 구매했었고, 2회차부터 본격적으로 미타마dlc를 키고 게임을 했지만, 엄청나게 많은 시간이 필요할거라고 본다.

 

악마를 공들여서 키우면 전투도 하게 될텐데, 이 전투는 그 자체로도 재밌지만 특정 악마들간에 벌어지는 악마회화를 보는 재미도 상당하다. 옛날 일본게임에서 볼 수 있었던 약간 정신나간 센스의 대화는 소소하게 웃음을 준다. 개인적으론 이 게임에서 맘에 드는 요소를 꼽으라면, 전투 그 자체, 악마 육성, 악마 회화, 몇몇 악마의 디자인에게 고점수를 줄 생각이다. 이제 전투 시스템에 관해 알아보자.

 

smt시리즈의 전투는 프레스턴 방식인데, 그 형식은 다음과 같다.

① 자신의 차례와 상대의 차례가 구분된다.
② 자신의 차례 시작시, 파티원의 수만큼 턴을 받는다.
③ 모든 행동은 턴을 1개씩 소모한다. 단 반 턴이 남아있을 경우 반 턴으로도 행동 가능하다.
④ 적의 약점을 공격하거나 물리 공격이 크리티컬이 될 경우, 반 턴만 소모할 수 있다.
⑤ 적의 무효를 공격하거나 적이 공격을 회피할 경우, 턴 2개를 소모한다.
⑥ 적의 반사나 흡수를 공격할 경우, 모든 턴을 소모한다.
⑦ "다음으로" 커맨드로 자신의 행동을 생략하고 다음 차례의 동료에게 턴을 넘겨줄 수 있다. 이 경우 
반 턴만 소모한다.

프레스 턴 - 나무위키 (namu.wiki)

 

실제로 플레이 해보면, "느슨해진 턴제 게임씬에 긴장감을 더해주는 것 같다"(?)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반턴, 한턴 하나하나에 신경써야 할 정도로 꽤 긴장감 있는 전투 시스템에 감탄을 하게 된다. 기본은 약점 찌르기에 치중해서 턴을 버는 것이지만, 여기에 더해 교체, 턴 넘기기, 약점을 일부러 노출시켜서 적에게 광역기를 유도하고, 흡수나 반사로 턴을 통채로 갖고 오는 등. 전략적인 요소도 많아서, 쉽게 질리지가 않는다. 공격 혹은 회피(흡수, 반사 등)로 턴을 버는 아이디어 자체는 단순하다고 볼 수 있겠지만, 여기에 더해 적의 공격을 흘리고 나만 일방적으로 팬다는 감각이 묘한 쾌감을 주기 때문이다.

 

전투 시스템에 대한 설명은 이쯤하고 좀 더 세부적으로 들어가면 조금 아쉬운 부분이 있는데, 바로 타격감이다. 

 

타격감은 소리, 피격 동작, 타격 동작 등으로 극대화 되는데, 이는 감각 기관을 통해서 받아들이는 요소들이다. 소리를 들을 수 없다면 타격감이 구려지고, 볼 수가 없다면 타격감이 구려진다. 치고 박는 과정을 단순하게 텍스트로 콰악! 퍽! 따흐흑! 으로만 읽는 것과, 텍스트에 사운드를 더해서 듣는 것, 거기에 더해 시각적인 그래픽까지 더해서 보면서 듣는 것은 엄청난 차이가 날 것이다.

 

『나호비노는 천검 무라쿠모를 사용했다! 크리티컬 데미지 6789!(강렬한 효과음)』

게이머가 여기서 어떤 타격감을 느낄 수 있을까. 상상력으로 떼우는 것 외에는 도리가 없다. 물론 아주 옛날 게임들이야 성능적인 한계가 있기때문에 텍스트에 의존했지만, 지금 시대에서 그런 식으로 게임을 냈다간 힙스터들만 물고 빠는 명작이 되거나 괴작이 되거나 둘중 하나일 것이다.

 

smtv는 당연히 구시대에 나온 게임이 아니니까, 시각과 청각을 활용해서 타격감을 느끼게 되는데, 때리는 모션과 맞는 모션 등 부분적으로 아쉬운 부분이 있다. 특히 평타의 타격감은 도저히 좋다고는 말할 수 없는 수준인데, 그나마 다행인 것은 게임을 조금만 진행해도 평타를 볼 일은 거의 없다는 것이다. 

 

평타를 제외한 공격 스킬들은 매우 다양하지만, 그 스킬 이펙트 면에서 색깔만 바꾼게 있다거나, 효과 자체가 밋밋해서 심심한 스킬들도 있다. 반대로 타격감이 좋은 스킬들도 있기 때문에 더더욱 아쉽게 느껴지기도 한다. 

 

콘스 라를 적으로 만날 때만 즐길 수 있는(?) 헬리오폴리스의 새벽

 

부분적으로 타격감이 아쉽기도 하지만, 완성도 높은 프레스 턴과 공격 상성과 방어 상성, 스킬들의 조화로 전투 자체적인 재미는 매우 높다고 본다.

공격 스킬들의 다양성. 거기에 더해 각 공격들의 속성과 방어 상성의 공방. 그리고 그 방어 상성을 무시하는 관통기와 만능 속성, 무지성으로 관통기와 만능기를 디자인했다면 밸런스가 붕괴될 우려가 있겠지만, 방어 상성을 무시하는 공격들은 거의 대부분 단일 대상만 때릴 수 있거나 자체적인 배율 조절, 상대적으로 높은 mp소모 등으로 밸런스를 조절하고 있다.

 

 

 

다음으로 스토리에 관해 알아보자.

smtv는 등장인물들의 대사로 미루어 보아 여러 우주가 끝없이 순환하는 세계관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는 루시퍼의 대사, 오프닝과 히든 엔딩의 순환 구조, 스님의 대사, 시바의 대사를 통해서 여러번 강조된다. 결국 누가 왕좌를 파괴하든 새로운 신이 되서 질서를 만들든 뭘하든 간에 또다른 나호비노가 나오고 비슷한 굴레를 반복하게 된다는 이야기로 봐야할 것이다. 히든엔딩의 경우 좀 더 노골적으로 윤회를 이야기하고 있는데, 정작 중요한 내러티브(전체적인 짜임새)나 플롯(하위 이야기 구조, 에피소드들)을 보면 엉성하기 짝이 없어서 크게 와닿지가 않는다.

 

(주인공의 정체에 관해서 몇가지 재밌는 추측이 있던데, 주인공을 하나의 존재로 가정하고 이야기를 짜는 것도 재밌겠지만 작품을 관통하는 윤회 테마를 생각했을때, 전생에서 xxxx이었지만 그 이전 생에서는 xx였던 신. 뭐 이런 느낌으로 가정하고 상상의 나래를 펼치는 것도 재밌을 것 같다. 물론 작품 전체적으로 비어있는 부분이 많아서 결국 망상이 되겠지만)

 

 

 

신조마인과 합체해서 나호비노가 된 주인공, 대충 망한 도쿄. 도입부만 보면 앞으로의 펼쳐질 이야기가 기대되지만..

 

스토리 자체는 빈말로라도 좋다고 말할 수 없는 수준이다. 거의 모든 인물들은 주변인으로 묘사가 되며, 그나마 공들인 캐릭터가 타오지만(특색이 없는 성격인 것과는 별개로), 라흐무 에피소드가 끝난 후에는 마찬가지로 주변인이 된다.

 

각 인물들의 활약상, 고뇌는 일이 이미 벌어진 후에 일방적으로 컷씬 혹은 대사로만 주입 되기 때문에, 인간들을 구해서 요정 마을로 대피 시켰다고 해도, 다자이가 고뇌 끝에 강해지면서 악마들을 무찔렀다고 해도, 악마성을 공격하기 위해 아브디엘과 천사들이 힘을 썼다고 해도, 스님이 자신의 정체를 갑작스럽게 밝히더라도, 누가 뭘하든 간에 게이머 입장에서는 허허 그렇구나 하고 받아들일 수 밖에 없다. 플레이어는 이들에 관한 어떠한 서브 퀘스트나 관련 이벤트를 보지 못하고, 일이 벌어지고 난 후에 일방적으로 정보를 전달받게 된다. 

 

다자이가 갑자기 강단있는 성격이 되는 것도 웃기지만, 능력면에서도 쉽게 납득이 안되는 부분이 있다. 얼마전까지만 해도 빌빌대면서 주인공에게 고민 상담을 하는 인물이었는데, 악마 몇마리 받았다고 쎄졌다더니, 한걸음 더 나가 머리카락을 세워서 한층 더 강해지고, 성격도 달라진다? 전혀 몰입되지 않는다. 제작진들이 주인공 주변의 인물들을 이런식으로 무성의하게 소모할게 아니라, 새로운 양상이 나오기 전에 관련 서브 퀘스트나 컷씬을 최소 한개씩만 만들어줬어도 지금보다는 훨씬 몰입이 됐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지 않기 때문에 그들의 이야기는 나에게 제3국의 뉴스처럼 느껴질 뿐이다. 함께한 시간이 없기 때문에, 철저하게 제3자의 입장에서 바라보게 되고, 그때문에 어떠한 감흥도 생기지 않는다. 유즈루, 하야타로, 다자이, 총리 등등이 아무리 떠들어봤자 공허한 이야기로만 들린다.

 

아마노자코와 타오의 경우 같이 다아트를 돌아다니며 퀘스트를 함께 하지만, 나머지 인물들(여자 안경잽이 제외)은 그야말로 생판 남이나 마찬가지다. 오죽하면 다자이나 기타 인물들보다 내가 키운 제우스나 이둔 등의 악마들이 더 친근하게 느껴질 정도겠는가.

 

부분적으로 스토리가 괜찮은 부분도 있기도 하지만, 큰 줄기의 내러티브가 엉망진창이라서 스토리는 좋게 평가할 이유가 없다. 처참한 완성도의 내러티브지만, 그 시궁창 속에서도 매력있는 악마들을 보면 더더욱 아쉬워지는 면이 있다.

 

마왕성을 깨부순 후, 플레이어는 만마회담장으로 향하게 되는데, 이곳의 음악이나 분위기, 악마들은 앞으로의 전개를 더 기대하게 만드는 국면일 것이다.

개인적으로 가장 smtv에서 가장 좋아하는 악마, 제우스. 대사나 모션, 성능 모든게 완벽

 

오딘

...는 그런 기대가 우스워질정도로 만마회담의 멋진 인트로가 끝나자마자 엄청난 실망감에 휩싸이게 된다.

주신들이 등장한만큼 앞으로 이야기의 스케일이 커질 것 같지만, 정작 기다리는건 각 진영별 우두머리들의 대사 몇마디를 듣는게 끝이다. 그래도 일말의 희망을 가지고 다음장으로 넘어가보면 더더욱 우스워지는데...뭐? 열쇠를 갖고 오라고?

 

바스키, 콘스, 제우스, 오딘 모두 퀘스트가 있고, 콘스를 제외한 3인은 메인 퀘스트로 다뤄지지만 실상은 가서 말 몇마디 하고 쌈박질 하는게 끝이다. 주신들은 타이토구의 메인 퀘스트로 엮여있지만 퀘스트 디자인은 서브퀘스트만도 못하다. 제우스는 데메테르때문에 대접이 그나마 낫지만, 다른 주신들은 플롯이 없는거나 마찬가지다. 그냥 "나호비노의 금제가 풀렸다고? 그럼 내 지혜를 찾으러 가볼까~" 이정도.

 

미나토구, 시나가와구 등으로 알 수 있었던 생명과 지혜의 관계나 나호비노의 금제를 다뤘던 시호리와 라흐무의 플롯을 생각하면 더더욱 이해가 안되는데, 대체 뭐가 문제였을까?

 

아틀러스는 각 베텔지부에 대해서 더 자세히 묘사를 할 수도 있었을 것이고, 우신의 계보에 관해 더 풀어낼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현실은 뭐다? 그냥 열쇠를 들고 있는 퀘스트 몹A,B,C를 잡아라일 뿐이다. 주신들은 열쇠를 얻기 위한 수단으로만 소모되는데, 만마회담의 인상 깊은 등장씬들을 생각하면 더더욱 슬퍼진다. 멋있던 만마회담의 제우스는 어디가고, 폐허가 된 우에노 공원의 한복판에 혼자 서있다? 이건 뭐 노숙자도 아니고 그리스 베텔 지부는 개방파인가? 그나마 제우스는 데메테르 덕택에 플롯면에서는 오딘보다 나은편이긴 하다.

 

오딘의 경우 올라가는 길은 신경쓴 티가 났지만, 근본적으로 제우스와 처지는 동일하다. 별 다른 이야기가 없다.

발할라는? 이둔은? 로키는? 토르는? 활용하려면 활용할 수 있는 악마들이 있었을텐데, 하나같이 대접들이 라흐무만도 못하다. 

 

이후의 전개나 맵디자인, 망가진 적들의 레벨 등은 딱히 말이 필요 없을 정도로 안타까운 수준이다. 그나마 장점을 찾아보자면 일정 조건을 달성한 상태에서 적절한 시점에 세이브만 해도 모든 엔딩을 볼 수 있다는 것 정도일까. 사실 이것도 어거지로 찾은 장점이지, 클리어 특전을 고려하지 않는다면, 여태까지 플레이어가 한 선택이 별로 중요하지 않다는 이야기와 마찬가지라서 고심 끝에(?) 한 선택들이 무의미해지는 감이 있을 것이다.

 

 

장점

자기 취향의 악마가 있다면 그 악마를 육성하는 것만으로도 재밌게 즐길 수 있을만큼 육성과 전투가 최고 강점인 작품. 개인적으론 이 요소 하나만 봐도 구매해도 될 정도라고 본다.

 

 

단점

스토리는 도저히 쉴드치기 어렵다.

여지없이 확인하게 되는 스위치는 똥기계라는 사실. 프레임 드랍, 게임 시작부터 끝까지 같이 가는 팝인현상 등등은 몰입을 저해하는 요소다. 야숨의 대책없는 프레임드랍만 봐도 이 게임기는 태생부터 성능의 한계가 명확한데, 어떻게 이렇게 오래까지 버틸 수 있는건지. 이게 ip의 힘...이라기 보다는 나같은 개돼지도 큰 문제인듯. 

 

 

총평

나는 쓰레기같은 프레임 드랍과 스위치의 똥성능을 견딜 수 있다, 스토리는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 약간 매운 난이도가 좋다, 합체 노가다를 좋아한다, 진여신전생에 관심이 있다, 길찾기가 미칠정도로 좋다..여기서 3~4가지에 동그라미를 칠 수 있다면 구매해도 좋은 작품이라고 봅니다.

 

 

 

p.s

아주 오래전에 딥다크한 게임이라고만 들었던 진여신전생 시리즈지만, 도저히 남자라고 볼 수 없는 주인공, 이둔 등의 디자인을 보면 새로운 팬층 유입을 노린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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