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숏 리뷰

덧 없지만 아름다운 인생, 에디스 핀치의 유산

mad wand 2020. 9. 6. 1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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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위스의 테마

 

 

플탐은 2시간 정도

 

1.

슬픈 일이나, 기쁜 일이나 시간이 지난 후에는 당시의 감정이 퇴색되어 간다. 아주 선명했던 기억들도 시간이 흐른 뒤에는 조금씩 흐려지고, 반추를 하면 새로운 감정이 솟아나기도 한다. 아꼈던 문학책, 시간이 지나면서 색상이 변하는건 자연스러운 일이지만, 속에 담겨진 문장들이 바뀌었을리가 없을텐데. 왜 다시 읽었을때는 받아들이는 의미가 변하는걸까? 추억은 활자책 같다.

 

에디스 핀치의 유산은 저주받은 일가의 기록, 그 기억과 추억을 이야기 한다. 핀치가의 일원들은 하나같이 허무한 최후를 맞이하는데, 플레이어(화자)는 그들의 삶의 행적을 천천히 따라가면서 듣게 된다. 플레이 하는 동안 환상동화를 읽는(보는) 것 같은 체험을 하게 되는데, 이야기를 살펴보면 하나같이 비극적이면서 희극적이다. 각 이야기의 주인공들은 모두 의문스러운 죽음(혹은 행방불명)을 맞이하고, 남겨진 가족들은 슬픔에 빠진다. 하지만 한발짝 떨어진 플레이어들 입장에서 이야기를 되새김질 하면, 당사자들은 자신의 소망을 이룬 것처럼 묘하게 행복하고 아름다운 부분이 있는 것이다.

 

 

보자마자 무슨 생각으로 어떻게 지은건지 궁금해지는 저택

 

화자인 에디스 핀치는 아무도 없는 본가로 돌아온다. 에디스는 가족들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플레이어는 핀치가의 전모에 대해 알게 된다. 사실 그녀 또한 가문의 저주에 대해서는 잘 몰랐기 때문에, 플레이 하는 동안 에디스와 플레이어의 기억과 추억, 감정이 동기화 되어간다고 할 수 있다. 

 

 

 

2.

본 작품은 기존의 워킹 시뮬레이터와 달리 인터랙션과 연출의 경계가 매우 희미하다. 상황에 따라 다른 조작이 필요하며, 그 조작에 따라서 게임의 상황이 실시간으로 반응하는 것이 신선하게 다가온다. 예를 들어, 그네를 타는 액션과 먹이를 낚아채는 액션, 책장을 넘기는 조작, 태엽을 감는 조작, 사진을 찍는 조작 등, 각 상황에 따라서 플레이어는 다른 조작을 해야하며, 이 조작에 따라 연출마저 모두 다른 식이다.

 

어떤 파트에서는 극단적으로 좁은 시야각과 돌아가는 화면 때문에 저 세상 3d 멀미를 경험할 수도 있다.

 

 

 

3.

앞서 말했듯이 핀치가의 일원들은 예외 없이 의문스러운 최후를 맞이하게 된다. 그런 죽음들 속에서 무엇을 느낄 수 있을까? 비참함? 허무함? 이상하게 들릴 수 있겠지만, 나는 여기서 행복함을 느낄 수 있었다. 

 

바바라 핀치의 기록은 카툰형식을 빌려왔다

예를 들어, 바바라 핀치를 보자. 유년기때 그녀는 잘나가는 아역 스타였다. 허나 시간이 흐름에 따라 비명 원툴인 바바라에 대한 대중들의 관심과 인기는 시들어 갔고, 바바라는 우울한 나날들을 보내게 된다. 그러던 와중, 어떤 행사에서 팬들의 요청을 받게 되고, 그녀는 기대감에 가득 차서 연습을 하게 된다. 이후의 이야기는 스포일러라서 생략하지만, 그녀는 엄청난 비명을 지르면서 최후를 맞이하게 된다. 어떻게 보면 배우로서는 최후에 최고의 작품을 만들고 갔다고 볼 수도 있을 것이다. 마지막의 실체가 어떻든간에..

 

 

 

월터 핀치도 마찬가지다. 월터는 모종의 이유로 벙커에서 숨어살게 되는데, 그런 삶을 수십년간 이어나가게 된다. 범인으로서는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인생인데, 그런 와중에도 월터는 희망을 잃지 않는다. 월터의 소원은 하나, 벙커를 벗어나서 하루라도 새로운 삶을 살고 싶다는 것이다. 그 이야기의 끝이 어떻게 되든지 간에, 월터는 최후에 소원을 이룬다.

 

 

 

르위스의 이야기. 피날레를 장식하는 에피소드답게 분량이 긴 편

개인적으로 가장 마음에 들었던 에피소드는 르위스 핀치의 이야기다. 르위스는 생선 공장에서 일을 하지만, 현실에 만족하지 못하고 망상의 나래를 펼친다. 르위스의 현실도피는 점차 구체화되고, 그 몰입은 점점 더 심해져만 간다.

 

 

망상 속 호화찬란한 인생과 생선 대가리를 자르는 현생이 대비되는 연출. 생선 대가리를 자르지 않아도 이야기는 굴러가지만, 생선이 쌓이기 때문에 아무 의미없이 생선 대가리를 계속해서 자르게 된다. 이로 인해 플레이어는 르위스의 현실과 망상 간의 관계에 더 몰입할 수 있다.

 

??? : 제발 밖으로 좀 나가! 5000원...5000원 달라고

종국에 르위스는 망상 속에서 꿈을 이루게 되고, 플레이어는 그의 발자취를 따라간다. 그 와중에 장면은 전환되어 3인칭으로 르위스를 지켜보게 되는데..

 

 

 

 

 

환상과 현실의 괴리, 르위스가 선택한 것은 공상의 행복이었다

이런 연출을 통해서 느끼는 감정은 여타 게임이나 영화에서 쉽사리 겪어보지 못했었기 때문에 더 가치있게 느껴진다.

 

 

 

르위스의 대관식

 

 

4.

사람은 모두 죽는다. 핀치가의 일원들도 예외는 아니다. 남겨진 사람들은 슬프겠지만, 시간이 흐른 뒤에 감정을 추스려보면 기억과 추억은 남아있을 것이다. 핀치가의 사람들이 기록을 남기는 이유는 바로 그것때문이다. 의문스럽거나, 갑작스럽거나, 끔찍하기도 하지만, 시간이 지난 뒤에 되새겨보면 슬픔은 무뎌지고, 죽은 자를 추억하는 매개체가 되기 때문이다.

 

저주를 피하기 위해서 집을 떠난 에디스 핀치는 왜 집에 되돌아왔을까? 누구를 위해서, 무엇때문에 기록을 남겼을까? 무엇이 남아있는가? 가족들의 삶과 기록, 추억. 그런 의미가 있기 때문에 돌아왔던 것이 아닐까 싶다.

 

사실 죽으면 아무 의미가 없다

 

 

 

 

 

 

 

5. 개인적으로 생각하는 단점

극단적으로 좁은 시야각.

핀치가에 내린 저주에 대해 직접적으로 언급하지 않고 넘어가는 점, 게임의 주제와 아무 상관이 없는 이야기긴 하지만 미스테리 그 자체에 무게를 두는 플레이어라면 대단히 짜증나고 답답할 수 있는 단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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