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은 숲 속에서 발견한 것은 뜻밖의 절망이었다"
『자유도가 높은 것』과 『목적이 없는 것』은 표리일체. 즐거워야 하건만, 문득 덮쳐오는 허무감. 이것은 무엇?
따분한 매일이 큐트하고 러브리한 게임
무섭습니다. 무서운 세계입니다.
동물의 숲은 귀여운 동물 캐릭터가 귀여운 숲속에서 귀여운 대사를 하는 굉장히 귀여운 게임입니다. 그 세계에서, 나는 새로운 주민으로 살아가는 거죠. 내 친구들도 이곳에서 살아갈 수 있습니다. 동시에 플레이할 수는 없지만, 한 사람이 플레이한 후에 다른 사람이 먼저 사람과 같은 마을에서 플레이할 수 있습니다. 편지를 쓰거나, 친구가 묻어둔 아이템을 파내거나. 누군가가 가게에서 산 물건은 품절되어 있거나, 남겨놓은 메시지를 전해받거나.
'엄마가 일하러 나가면서 아이를 위해 테이블 위에 메모를 올려놓는다'는 느낌의 다인수 플레이지요. 시간차 다인수 플레이라는 느낌으로, 틀림없이 만든 사람도 엄마와 아이가 함께 플레이하라는 뜻에서 만들었을 겁니다. 등장하는 동물들도 귀엽고, 음악도 기분 좋고, 무대도 평화로운 마을이랍니다! 완벽하게 귀엽고도 러브리한 세계죠!
그런데 뭐가 무섭냐고요?
그것은 허무.
아~무 것도 없는 걸요.
내가 할 수 있는 건, 다른 캐릭터들의 심부름이나 숲의 곤충들을 잡거나 낚시를 즐기거나 하는 그런 평화로운 즐거움뿐이죠. 예를 들면 비가 내린다고 쳐요. 우산을 팔고 싶으면 우산을 사잖아요? 그리고 우산을 쓰잖아요? 그것뿐이랍니다. 애초에 비에 젖어도 병에 걸리는 것도 아니고, 아무 것도 나쁜 일은 일어나지 않는답니다. 그러니까 우산을 써도 아~무 소용도 없다구요.
새 옷을 산다고 쳐요. 예를 들면 블리크 옷. 하지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답니다. 그야 너구리네 집에서 좀 비싸게 팔 수는 있죠. 하지만 그것뿐. 즐길 수 있는 것은, 아~ 이런 옷이 있구나! 이 옷 귀여워~ 이 옷 촌스러워~ 그런 디자인의 차이뿐이죠. 패러미터가 올라가거나 레벨 업을 하는 건 아니랍니다.
벌레에 물릴 때도 있어요. 얼굴이 엄청나게 부어 올라서 마을 사람들도 깜짝 놀라죠. 하지만 그것뿐. 다음 날에는 다 나아있고, 얼굴이 부어 올라도 나쁜 일은 아무 것도 일어나지 않는답니다.
그래요, 애초에 목적이 없습니다. 너는 용사다, 모험을 떠나라! 라고 왕이 명령해 주지 않는 거예요. 이 스테이지를 클리어 하면 멋진 다음 스테이지가 나온다! 라는 것도 없죠. 수수께끼를 풀어서 히로인과 사랑에 빠지는 일도 없답니다. 이기면 미소녀가 옷을 벗는 일도 당연히 없다구요!
아이템을 입수해도 입수하지 못해도, 이 세계에서는 아무것도 변하지 않는답니다. 그저 시간만이 흘러갈 뿐. 이래서야 따분한 일상에 불과하잖아요. 화점에서 쓸데없는 손에 넣거나, 새 옷을 사서 기뻐하거나. 그런 우리들이 살고 있는 따분한 현실이, 조금 귀여운 모습이 되어 모니터 속에 나오는 거예요!
이렇게 되면 끝까지 플레이해 주겠어!
동물 캐릭터들도 빌린 물건을 되찾아 오라고 하거나, 아~무 것도 아닌 시시한 얘기를 할 뿐. 더 무서운 것은, 닭이 했던 말을(그것도 제법 긴 대사) 다른 돼지가 말꼬리만 바꿔서 그대로 되풀이하는 거예요. 개성이니 뭐니 하지만, 어차피 너희들은 똑같은 말을 하고 있다니까!
오해가 없도록 확실히 얘기해 두죠. 동물의 숲을 플레이하고 있는 동안은 즐겁습니다. 굉장히 재미있는 게임이죠. 왠지 느긋하고 즐겁답니다. 어떻게 되어 있을까, 오늘은 토요일이니까 토타케케의 라이브가 있구나 하며 전원을 넣어버린답니다. 동물들은 굉장히 귀엽습니다. 계절이 바뀌고 여러 가지 이벤트가 일어나고 정말 즐거워요. 음악도 최고입니다. 아이템을 손에 넣었을 때 흘러나오는 우호호이 우호호이- 하는 소리도 굉장히 좋아요. 정말 귀엽죠.
하지만 그 안쪽 깊숙한 곳에서, 만든 사람도 미처 예상하지 못했을 절망이 보일 때가 있답니다. 절망에서 출발해서 희망을 쌓아올리려고 한 걸지도 모르지만, 약한 나는 그 희망의 틈 사이로 언뜻 언뜻 보이는 절망이 무섭고 두렵답니다.
동물의 숲. 그 세계에서 목소리가 들려오는 거예요.
너희들은 사실상 별 차이가 없는 새로운 아이템을 손에 넣기 위해 누군가의 심부름을 하고 있지? 얼마 안 되는 돈을 손에 넣고, 조금 디자인이 다른 옷을 입는 것이 개성이라고 생각하고 있지? 아무 것도 아닌 말을 나누는 것이 커뮤니케이션이라고 생각하고 있지? 말꼬리가 다를 뿐인 개성을 소중하게 여기고 있지? 비슷비슷한 아이템을 건네주거나, 손에 넣거나, 교환하거나, 쓸데없는 일을 되풀이하고 있지? 죽음이라는 엔딩밖에 없는 끝없는 지루함을 즐기는 것 외엔 방법이 없지?
때때로 그런 무서운 목소리를 들으며, 그래도 나는 오늘도 전원을 켜고 동물의 숲에 간답니다. 그치만 아직 아로와나를 낚지 못했고, 기린의 옷을 손에 넣지 못했고! 게다가 또 토타타케의 라이브를 보고 싶은 걸요.
죽을 때까지 즐겨 주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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