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담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

mad wand 2019. 9. 25. 22:14

 

편의상 반말로 작성되었습니다.

영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매체에서 전해주는 이야기를 듣고 굉장히 기분이 더러워질 때가 있다. 한국에서 벌어졌던 사건 중에는 여성의 질과 항문에 팔을 집어넣고, 내장을 끄집어내서 죽인 사건. 영화로는 수년전에 봤던 울브스 앳 더 도어=찰스맨슨 사건. 당시에는 엔딩까지 보고 아니, 이게 실화라고? 싶어서 헐레벌떡 검색해봤던 기억이 난다.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이하 원어할)는 그 찰스 맨슨 사건을 기반으로 제작된 영화다. 처음에 제작 소식을 들었을 때는 라디오 스타(?)에 찰스 맨슨을 어떻게 엮을건지 걱정이 됐는데, 영화는 리키 달튼이라는 퇴물 배우와 그의 매니저겸 스턴트맨 클리프 부스를 주연으로 이야기를 전개해나간다.

 

한때는 서부극으로 잘나갔던 리키 달튼이지만, 항상 최고의 자리를 지킬 수는 없는 법이다. 시간이 흐른 뒤, 리키 달튼은 그저 그런 퇴물 배우가 된다. 하나의 배엮 밖에 소화 못하고, 더 젊고 재능있는 배우들에 밀리다보니 찾아주는 사람들도 없다. 경쟁에서 낙오되는 건 정말로 사람을 비참하게 만든다. 연예계, 스포츠처럼 1위만을 기억해주는 업계는 더 그럴 수 밖에. 한때나마 정점에 있던 리키 달튼 입장에선 과거와 현재의 고도차가 극심하게 느껴졌던건지, 현실에 순응하면서 연착륙을 준비하기는 커녕 술로 현실을 도피해버린다. 매일 술술술. -리키 달튼은 쿠엔틴 타란티노의 페르소나라고 볼 수도 있을 것이다. 하나의 브랜드가 된 "쿠엔틴 타란티노"지만 결국 거기서 벗어나지 못하고, 뭘 찍어도 그냥 쿠엔틴 타라티노네, 똑같네, 응 펄프픽션 보다 못해~ 응 바스타드 보다 별로야~ 같은 소리만 하는 사람들도 있으니까. 게다가 10편째 작품을 끝으로 은퇴를 선언했는데, 본작은 9번째 영화. 정점을 뭐로 볼 지는 팬마다 다르겠지만, 끝을 향해 간다는 점도 비슷.

 

그의 매니저 겸 스턴트맨 파트너 클리프 부스를 보자. 클리프 부스는 클리프 부스로서는 존재할 수 없다. 스턴트맨, 매니저는 주연배우를 돋보이게 해주는 하나의 도구일뿐. 아무리 영화가 흥하더라도 주연배우의 스턴트맨에게 관심을 가져주는 사람들은 없다. 그걸 대역 없이 했다고? 와! 대단해! 하는 경우는 있어도, 이 장면을 이 친구가 대역해줬습니다 껄껄깔깔 하는 경우는 없다. 빛과 그림자, 리키 달튼이 없다면 클리프 부스 조차 없다. 현실의 리키 달튼이 퇴물이 되자, 클리프 부스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대리운전 뿐. -리키 달튼을 쿠엔틴 타란티노의 페르소나로 본다면, 클리프 부스는 주연 배우 뒤에서 영화를 받쳐주는 수많은 사람들 혹은 타란티노의 팬들이라고도 볼 수 있을 것이다. 둘은 양립할 수 없으니까.

 

원어할은 그런 두 인물의 영락을 천천히 보여주는 영화다. 중후반까지 영화는 극중극으로 리키 달튼의 영화와 현실을 번갈아가면서 보여준다. 이 장면들이 빈번하기도 하고, 꽤나 많은 분량을 차지하다보니 관객입장에서는 쉽게 지루해질 수 있다. 개인적으론 대중성을 크게 깎아먹는 부분이라고 본다. 애초에 타란티노 영화가 대중적인가 생각해보면, 부랄을 "전기톱 달린 야구 빠따"로 후려갈기는 장면의 감성(?)같은게 대중적이진 않은 것 같지만서도....

 

이야기가 옆으로 샜는데, 달튼은 야심차게 할리우드에 새 집을 마련한다. 술을 시원하게 들이키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달튼과 부스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영화감독 로만 폴란스키가 옆집으로 들어가는 걸 보게 된다. 이게 바로 할리우드로 이사온 이유라며, 거물이자 이웃사촌인 폴란스키에게 눈도장만 찍는다면, 그의 영화에 출연하고 재기하는 것도 꿈이 아니라면서 기뻐하는 달튼. 하지만 현실은 마주칠 일도 없었고, 대화할 일도 없고, 평소처럼 술술술. 어느날 달튼을 불쌍하게 제작자(알파치노)가 이탈리아 감독이 쓸만한 배우를 찾고 있다고, 자존심만 찾지 말고 이탈리아로 가서 스파게티 웨스턴을 찍으라고 조언을 하지만..

 

'엥? 스파게티 웨스턴? 그거 그냥 아무 의미없이 다 쏴죽이는 영화 아니냐?' 

달튼은 이탈리아의 서부극은 쓰레기라면서 그런 영화를 찍을 수는 없다고 자존심을 세우지만, 굶어죽는것보단 낫다면서 알파치노는 달튼을 설득한다. 이 장면이 묘하게 쓸데없이 잔혹하다는 평가를 받는 타란티노를 떠올리게 해서, 자조적인 개그같기도 한데..

 

...

 

다시 극중극. 달튼은 드디어 배역을 잡게 되지만, 퇴물 주제에 자존심을 내세우면서 감독에게 날을 세운다.

그런 주제에 촬영장에서는 또또또 술술술. 대충 촬영을 하고, 다음 촬영장으로 이동하다가 어떤 아역 배우를 만나게 된다. 옆에 앉아도 되냐면서 슬그머니 말을 거는 리키 달튼. 여배우냐고 물어보지만, "액트리스는 춋큼 political 커렉늬스하지 mot하니깐, 아이m actor라구욧!"(실제 대사와 전혀 다름)라고 맹랑하게 갈겨대는 아역배우였다. 뭔가 잘못 걸린 느낌이 나지만, 침착하게 서로의 책에 관해서 독서 토론회를 여는 달튼. 그가 보던 책은 퇴물이 된 사람에 대한 이야기, 내용을 설명하면서 문득 자신과 겹쳐보여서 눈물을 펑펑 흘린다. 살다보면 인생의 주인공이 자신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게 될 때가 있다. 그 기분 더러운 경험을 극복하는 방법은 최고가 되는 것보다, 최선을 다하는 자세, 좋은 결과를 향해 나아가려는 노력이 아닐지. 오만하고 나태했던 달튼은 그 사실을 드디어 깨닫고, 연기로 자신을 다독이기로 한다.

 

 

그 후 촬영장에 서게 된 달튼, 하지만 전날 마티니를 8잔(타란티노의 이전 작품의 갯수)이나 퍼마셔서 대사를 여러번 씹으면서 촬영을 엉망으로 만들게 된다. 장면은 바뀌어서 달튼의 트레일러로, 자기 자신에게 화가 난 그는 "왜 전날 8잔을 퍼마신거냐 3,4잔만 마실 것이지 이 병신새끼! 한심한 새끼!"라고 욕을 한다. 끝없는 자기혐오와 분노에 빠진 달튼은, 그의 파트너 클리프 부스가 예전에 해줬던 말을 떠올리면서 감정을 추스린다. "넌 씨ㅡ발 리키 달튼이라고 새끼야" 

그 한마디로 각성을 한 달튼은 그야말로 신들린 듯한 연기로 촬영을 마친다. 개인적으론 이 부분이 영화의 백미. 이 부분 하나만으로도 쿠엔틴 타란티노의 팬이라면 볼 가치가 충분할 것이다.

 

같이 촬영장에 있던 클리프 부스는 달튼이 감독에게 사정사정해서 간만에 스턴트 배역을 얻는다. 허나 기쁨도 잠시, 촬영장 뒷편에서 허세를 잡던 브루스 리를 비웃다가 시비가 붙어 싸우게 된다. 브루스리를 개발라버렸지만, 감독 아내의 차문마저 개박살내버렸기 때문에 부스는 촬영장에서 쫓겨나고, 달튼의 집에서 안테나나 수리하는 신세로..

 

다시 시점 점환, 이탈리아로 간 달튼은 경제적으로 작은 성공을 거두게 되고, 결혼을 한다. (이 부분이 시점이 잘 기억이 안나지만, 영화 자체가 시간순으로 배열된게 아니고, 씬이 분열배치되어있어서,  편의+기억나는대로 글을 작성했다. 따라서, 본문과 영화의 전개순서가 많이 다를 수 있다.)

 

영화는 샤론 테이트(마고 로비)의 시점으로, 영화 "렉킹 크루"의 주연배우 샤론 테이트는 부푼 마음으로 극장을 찾아 간다. 자신이 주연이 된 영화를 관객들과 함께 보면서, 반응을 보며 즐거워하는 샤론 테이트. 

 

극의 후반부에서 부스는 히피 소녀를 뭐시기 농장에 데려가줬다가, 시비가 붙게 되고 또또또 싸우게 된다.

결과는 당연하다시피 승리. 히피놈의 옥수수를 털고, 쌍코피마저 터트린 후에 유유히 떠난다. 후반부는 이 사건과 더불어서, 극 중반부 찰스 맨슨이 자신을 퇴짜 놓은 음반 제작사의 집(로만 폴란스키의 집)에 찾아가는 장면이 엮인다. 맨슨 패거리가 로만&달튼의 동네로 침입하게 되고, 통쾌한 액션이 펼쳐지며 영화는 끝.

 

 

...

 

개인적으론 좀 지루한 감이 있었고, 헤이트풀8처럼 배꼽빠지게 웃겼던 것도 아니라서 아무한테나 막 추천하기엔 무리가 있습니다. 하지만 팬심으로는 디카프리오의 연기와 마고로비의 극장씬 만으로도 충분히 가치가 있다고 보기에, 타란티노의 팬이라면 관람을 추천드립니다.

 

달튼이 부스에게 했던 마지막 한마디가 기억에 남습니다. 

"넌 최고의 친구야"

쿠엔틴 타란티노 형님도 최고의 친구이자 감독, 또라이지요.

 

 

 

 

 

p.s

이하 영화 내용과 별 관련없는 잡담.

 

단순 맥거핀인지..무슨 의도인지 모르겠지만 분위기만 오지게 잡고 허탕치는 장면이 많이 나옵니다.

어? 저거 다 죽이는 거 아니야?

어? 여기서 마고로비랑 브래드 피트가 어?

어? 어? 어?

....허허....이집 분위기(만) 맛집이네

 

점점 잭블랙을 닮아가는 디카프리오

 

이소룡 팬이나 가족 입장에선 짜증이 날 것 같기도? 너무 병신같이 나오는 이소룡.

예전에 헬스장에서 절권도를 연마하던 관장이 떠오른다. 되게 병신같이 보이긴 했었는데...

 

쿠키영상 있음

 

덤으로 보면 좋을 것 같은 울브스 앳 더 도어(빼어나게 재밌진 않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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