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담

TV 대신 유튜브를 보는 이유(1)

mad wand 2019. 12. 2. 23:38

1. 매력을 잃어버린 미디어

 

과거에는 티비가 라디오를 대체했었고, 티비의 메인스트림은 공중파에서 케이블티비로, 광랜이 보급된 현재는 IPTV와 OTT로 옮겨졌다. 인터넷-광랜이 보급됨에 따라 각종 포탈과 커뮤니티의 규모는 급성장하게 되고, 2000년대 중후반부터는 TV컨텐츠의 불법다운로드와 하이라이트를 캡쳐해서 만든 짤방(과거에는 DC인사이드 게시판에서 갤러리와 관련 없는 내용이나 글만 올렸을 경우, 알바가 글을 삭제해버렸었고, 삭제를 피하기 위해서 짤림방지. 줄여서 짤방이라는 용어가 만들어짐. 이제와서는 각종 이미지 파일을 총칭하는 수준에 이름)이 광범위하게 퍼지게 된다.

 

이런 짤방들 덕택에 무한도전같은 인기 프로그램의 경우, 굳이 본방을 보지 않아도 됐었다. 가장 웃긴 구간만을 잘라 플래시파일로 공유하거나, 유튜브에 올리거나, 짤방을 만들어서 퍼나르는 사람들, 불법다운로드가 있었으니까. 

나의 경우 개인적인 사정으로 티비를 볼 시간이 적기도 했지만, 각종 짤방을 보고 난후에는 방송을 찾아볼 필요성 마저 못느꼈었다. 정말로 짤방이 방송에서 유일하게 재밌는 부분인 경우가 많았으니까. 열성적인 팬이 아니고서야 1시간~1시간 30분을 들여서 컨텐츠를 시청할 필요가 있나 싶었을 정도다. 예능은 웃을려고 보는건데, 전체 방송에서 극히 낮은 비중의 웃긴 부분을 위해서 모든 컨텐츠를 봐야 할까? 내 경우에는 "전혀 아니다"였다.

 

짤방 문화는 제작자들과 광고주에게도 당연히 악영향을 주게 된다.

수많은 인력들이 최소 반나절이 넘는 시간과 노력, 자본을 투자해서 촬영을 마친 후, 방송에 내보낼 수 있는 부분, 그렇지 않은 부분, 재미있는 부분을 찾아내 노가다로 편집을 끝내면 일주일에 고작 한편. 1시간 30분 방영하고 끝. 어떻게 보면 인풋 대비 아웃풋이 구리다고 볼 수도 있는데, 그런 피땀 어린 컨텐츠가 다시 한번 걸러져서 짤방으로 강제 압축이 된다? 얼마나 인터넷이 발달됐으면 각종 짤방들은 캡쳐에 캡쳐로 이어져서 화질이 열화되는 지경에 이르렀고, 불법 다운로드도 횡행했기 때문에 점차 TV본방을 보는 인원들이 줄어든게 된다. 볼 이유가 점점 없어짐에 따라 자연스레 시청자는 줄어들게 되고, 제작사들은 시청률 확보를 위해 머리를 싸매고, 광고주 입장에서는 시청률이 낮아지니 티비라는 매체에 매력을 덜 느낄 수 밖에. 이런 일련의 흐름에 따라서 점차 티비는 미디어로써의 매력을 잃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