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일러가 포함되어있습니다.
몇주전에 완결이 난 꼬마비의 작품.
대략적인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용이라는 40대 남성은 원인불명의 힘으로(?) 40대의 감성과 기억을 가진 채로 초등학생 시절로 회귀하게 되고, 과거를(용이 입장의 미래) 좋은 방향으로 바꾸기 위해 노력한다.
주인공은 용이의 초등학교 친구인데, 그가 기억하는 용이는 또래답지 않은 어른스러움과 신비로운 분위기를 갖고 있었다. 유년시절의 그는 만화가를 꿈꿨으며, 지금은 한 대학교의 교수로 재직중이다. 젊은 시절 성공적인 데뷔작을 발표하고 덕택에 교수로도 생활하고 있지만, 현실은 이리저리 치이기만 하고 불만만 쌓여가는 날의 연속이다. 교수실에 홀로 앉아 내적으로 조용히 가라앉는 와중에 떠오르는 친구가 있었으니, 그게 바로 지용이었다.
줄거리만 적어놓고 보니 어딘가 이세계전생물 느낌이 나지만, 환상의 용은 인생관에 관한 드라마다.
인생은 한번 뿐이라는 것, 우리는 매순간마다 선택을 강요받게 되고, 그 결과가 어떻든 받아들이라는 이야기를 한다. 내가 한 선택들, 기억은 추억이 될 수도 있지만, 회한으로 남을 수 있다. 이 감정들을 어떻게 다뤄야 할까.
주인공의 주관적인 기억으로 용이라는 인물은 환상의 동물처럼 신비로웠다. 그런데 이야기가 진행됨에 따라 그 생각이 조금씩 바뀌어가는게 이 작품의 감상 포인트 중 하나. 한 사람의 본질이란 무엇일까, 기억은 어디까지 믿을 수 있는 것일까?
"재회에서 느껴지는 공통된 소감은 지나간 시간이 응축되어 겉모습에 비춰진다는 것이다"
흔히들 얼굴에는 그 사람의 삶이 녹아있다고 한다. 주인공의 40대에 다시 마주하게 된 환상의 지용이. 직접적으로 묘사되는 바는 없지만, 작중 대사나 분위기로 느끼기에 용이는 기억속 고결한 모습과는 거리가 먼 인물이다.
...범속함, 주인공의 기억 속 영웅, 지용이는 말 그대로 환상의 용이었던 것이다.
불가사의하게 맞이하게된 지용의 두번째 인생. 그는 씁쓸하게 소주를 마시며, 주인공에게 자신의 인생굴곡을 들려준다.
환상의 용은 메타픽션적인 요소도 갖고 있는데, 주인공의 교수생활, 데뷔작품 등이 그러하다. 여태까지는 작품이 지용이 중심으로만 흘러가는 것처럼 서술했지만, 주인공 또한 이야기 큰 축이다.
교수생활을 하는 그는 제자의 공모전 상담을 하게 되며, 거기서 학생의 작품, 자신의 인생, 나아가서는 지용이에게도 적용될 수 있는 이야기를 한다.
"선택은 이야기를 만드는 사람 스스로가 하는거야. 그에 따르는 긍정 혹은 부정의 결과 또는 작가 스스로가 책임져야 맞는거고 확실한 건, 어제를 거울 삼아 오늘을 살아야 내일이 달라진다"
살아가면서 어떤 시점에서 가장 좋다고 생각해서 선택과 행동을 하더라도, 지나고 나서 후회가 생기는 일은 매우 흔하다. 환상의 용은 인생에서 쓸데없이 후회만 하지 말고, 어제를 토대로 내일은 좀 더 건설적인 삶을 살라고 이야기 하는 것이다.(...왠지 모르겠지만??? 글을 쓰는 와중에 갑자기 기분이 나빠진다???)
다시 등장인물로 돌아가 용이의 두번째 인생은 얼마나 가치가 있었을까. 그의 말마따나 가족을 잃고, 실의에 빠져 인생을 조지고 있던 그에게 충분한 기회와 보상이 되었을까. 극 후반부의 전개를 보면 긍정적인 대답을 하긴 힘든 것 같다.
개인적으로 느끼기에 오락적인 재미는 크게 뛰어나진 않았지만, 담백하게 볼만했던 작품이었다.
p.s
주인공 : 만화가, 교수, 용이의 친구
강기철 : 용이의 고등학교 친구, 현직 경찰
손병주: 용이의 고등학교 직업반 친구, 현직 PD
지용 : 인생 2회차, 용이 되지 못한 구렁이? 25화 중 인생 2회차로 넘어가면서 말풍선이 검정색이 된다.
성필 : 기억의 주관성을 보여주는 인물. 주인공의 졸업앨범과 성필의 졸업앨범을 비교해보면 서로를 가해자로 기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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