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에 게임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어 쇼트 하이크
이 게임을 실행시키고 30여분간은 기분이 그다지 좋지 않았다. 사실 기분이 좋지 않은 정도가 아니라 짜증을 넘어선 불쾌함에 가까웠던 것 같다. 플레이어를 보자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자질구레한 도움!을 구하는 npc들, 도처에 널려있는 미니게임들이 마냥 즐겁게 느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나는 가벼운 마음으로 동네 한바퀴를 산책할 생각으로 집 밖으로 나왔더니, 보이는 놈들마다 숙제를 준다는 것부터가 부담스러웠다. 이 동네 인간들이 날 언제 봤다고 하인 취급을 하는건지.
마을 곳곳에서 찾을 수 있는 미니 게임들은 동심을 자극하는 측면이 있었으나 그저 그뿐. 메인 컨텐츠로는 즐길 수가 없는 것들이었다.
...도대체 왜 이 게임이 압긍인건지, 가격이 저렴해서? 그래픽이 귀여워서? 미니 게임이 많아서? 온갖 자극에 오염된 내 뇌로는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었다.
그렇기에 그냥 클리어하고 치우자는 생각으로 정상 등반을 최우선 목표로 잡고 플레이를 했는데...
작년에 인생에서 가장 힘들었던 일을 겪었던지라, 이 부분에서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눈물이 흘러나왔다.
그놈의 게임이 대체 뭐라고, 잠깐 즐기다가 마는 놀이일 뿐인데 날 슬프게 만드는건지. 미니 게임 재미없다, npc들 심부름 귀찮다며 빨리 정상에 올라간 뒤에 게임 삭제할 생각만 했던 내 감정을 흔드는건지. 불현듯 이 게임을 숙제처럼 여겼던 내가 부끄러워졌다.
누군가는 쇼트 하이크의 미니 게임들을 하면서, 누군가는 이 짧은 산책에서, 누군가는 자신의 인생을 떠올리며, 각자의 방식으로 정서적 위안을 얻을 수 있다면 그걸로 더없이 훌륭한 게임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쇼트 하이크는 나에게 대단히 깊은 인상을 남긴 작품이다.
과정이 즐거웠든, 결말이 좋았든 뭐든 간에 내가 좋으면 좋은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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