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숏 리뷰

그리스 리뷰

mad wand 2024. 12. 29. 1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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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레이 타임 3~4시간(도전과제 100% 달성 목적일 경우 반복 플레이가 강요됨. 클리어 이후 특정 챕터 플레이 지원)

어드벤처, 퍼즐, 플랫포머, 메트로배니아

 

현재 3300원 할인가로 판매 중이고, 플탐도 짧다길래 그리스를 구매했습니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그럭저럭 괜찮게 즐겼지만, 아쉬운 점이 여러가지가 있습니다.

 

 

이하 편의상 경어 생략합니다.

 

 

 

메세지를 전달하는 도구로써의 게임이 영화, 문학에 비해 가지는 장점은 무엇일까. 여타 매체들과 달리 게임은 소비자가 제3자가 아니라 직접 참여할 수 있다는 점이 아주 큰 차이일 것이다. 직접 조작한다는 것은 관찰자, 청자로서는 절대 느낄 수 없는 영역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게임을 플레이함으로써 그 상황과 창작자의 메세지와 의도에 더욱 더 몰입할 수 있다는 것은 게임만이 가지는 무기일 것이다. -물론 비쥬얼 노벨, 인터랙티브 무비처럼 기존의 영화, 문학에 가까운 장르도 있으나

 

 

그리스는 특정한 사상이나 메세지를 담았다기 보다는 인간의 보편적인 정서를 다루고 있고, 미려한 아트웍과 bgm은 그 아름다운 세계를 훌륭하게 뒷받침하고 있다. 그를 통해 이 게임이 게이머에게 제공하는 궁극적인 보상은 음악과 아트웍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본작이 제공하는 경험과 보상이 서로 잘 융합되어있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분명히 눈과 귀는 즐거운데, 쓸모 없는 구간들이 있다. 게이머가 의미 없이 방향키를 밀어야 하는 구간을 대폭 줄여버려도 컷씬과 배경을 볼 때의 감상이 달라지진 않을 것이라는 뜻이다.

 

한마디로 본작의 아름다운 아트웍에 대한 감상과 플레이어의 경험은 상보적인 관계가 아니다. 걷거나, 날거나, 활주하거나, 플레이어가 경험하는 일련의 과정들을 일련의 애니메이션으로 봐도 그 씬에 대한 감상은 달라지지 않을 것이다.

 

그리스의 음악과 아트웍은 분명 시청각적인 즐거움을 제공하지만, 그 즐거움을 위해 의미없이 이동해야 하는 구간이 너무 많다.

 

직접 컨트롤을 하는 과정이 플레이어의 도전 의식을 자극하고, 합당한 보상을 제공한다면 모를까. 그냥 걷는게 끝이라면 방향키를 누르는 행위에 어떠한 의미와 가치가 있는가.

 

오직 저 오브젝트를 먹기 위해 의미 없이 두번 이동해야 하는 구간

 

 

 

무성의하게 들릴 수 있겠으나 게임에서 줘패기, 달리기, 점프, 비행 등 단순 조작이 재밌는 이유는 그냥 그 자체로 재밌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현실에서는 각종 제약으로 인해 아무 때나 아무 곳에서나 달린다거나, 뛸 수가 없다. 하물며 인간이 하늘을 나는 일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 아이들이 쉴 새 없이 뛰어다니고, 점프를 하는 이유는 그냥 그게 재밌으니까, 흥에 취해서 조랑말 마냥 날뛰는 것일 뿐이다. 마찬가지로 게이머들이 무지성으로 점프를 하는 이유는 뛴다는 행위 자체가 신나기 때문이다.

 

그리스는 중반부까지는 각종 기믹을 활용한 플레이가 재밌었지만, 특정 시점을 기준으로 그 재미가 아주 빠르게 퇴색된다.

해금되는 요소들은 일견 재밌어 보이지만, 후반부의 퍼즐들은 게임 디자인을 위한 단순한 도구로 전락하고 만다. 개인적으로 그런 점들이 너무나 아쉽게 느껴졌다. 분명 기믹을 활용한, 완성도 높은 구간들이 있었으나, 후반부에는 대부분 의미 없는 반복 작업-플레이 타임 늘이기-을 요구하면서 게임 자체가 지겹게 다가왔다.

 

 

특히 최후반부에 해금되는 "노래"가 아쉽게 느껴졌다. 

 

"노래"로 개화를 하는 대신에 방구로 꽃을 피우면 뭐가 달라질까?

 

 

게임이 좀 더러워질 뿐이지, 본질적으로는 아무런 차이가 없다. 그렇다곤 해도 그리스가 똥오줌방구게임도 아니고 더러운 감이 있으니, 노래와 방구 대신 휘파람으로 꽃을 피우는 기믹을 넣는다면 어떨까.

 

노래로 꽃을 피우나 휘파람으로 꽃을 피우나, 그리스가 제공하는 경험과 그에 대한 감상은 전혀 달라지지 않을 것이다.

 

말하자면 후반부의 게임 디자인은 플레이 타임을 늘리고, 시청각적으로 어필하기 위한 요소일 뿐이라는 의미다. 특정 시점을 기준으로 그리스의 디자인과 기믹은 게이머의 경험을 풍부하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디자인을 뽐내기 위한 도구로 전락하게 된다.

 

 

그리스가 재미없는 게임이라는 뜻은 아니다. 개인적으로 가격을 생각하지 않더라도 플레이할 가치가 있는 게임이라고 생각한다. 허나 후반부의 디자인은 아무리 생각해봐도 크게 아쉬움이 남는다.

 

 

이때까지만 해도 좋았는데

 

 

분명 이때까지만 해도

날아다니는 재미가 있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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