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미터, 짧은 거리, 짧은 시간, 5권이라는 짧은 분량에 강렬한 메시지를 때려박은 만화
경파한 주인공, 토가시
자신의 한계를 알게 되는 건 꽤 슬픈 일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평범하게 살다가 평범하게 죽다보니(나도 마찬가지고), 크게 체감할 일이 없겠지만, 승자독식의 세계에서 사는 사람들은 재능의 한계를 어떻게 받아들일까?
...개똥철학도 그럴듯하게 씨부리면 멋있을 수가 있다.
개똥철학, 경파한 캐릭터들(약간 정신나간), 박력 넘치는 연출, 깔끔한 기승전결.. 이 만화는 그냥 낭만이 넘쳐흐른다.
국내 정발본의 경우 100미터, 100m(100미터 정식 연재 전 출품한 단편), 기타 단편, 그리고 장문의 작가 인터뷰(18p)가 수록되어 있는데, 이 인터뷰가 상당히 재밌기 때문에(?) 우오토의 팬이라면 꼭 구매하는 것을 추천한다.
이하 인터뷰 중 일부.
ㅡ이번에는 만화가로서 이제껏 우오토 선생님이 걸어온 길과 창작 에피소드를 여쭤볼까 합니다. 애당초, 어떤 계기로 만화가를 목표로 삼게 되셨나요?
우오토 선생님(이하, 우오토) : -전략- 중학교 1학년 때 우연히 애니메이션 바쿠만 1화를 보고, '아 이렇게 만화가가 될 수 있겠구나'라고 구체적으로 알게 되었습니다. 그로부터 몇 달 후에는 대충 흉내 내서 작품을 그려 주간 소년 점프에 들고 갔습니다.
ㅡ첫 투고 작품은 어떤 내용이었나요?
우오토 : 개그만화였습니다. -하략-
ㅡ개그였군요! 그 시기에 본보기로 삼은 만화가는 있나요?
우오토 : 개그는 노나카 에이지 선생님을 제일 좋아했어요. 스토리는 후쿠모토 노부유키 선생님의 작품을 무척 좋아했는데, 그렇게까지 심각한 내용은 제가 목표로 삼을 수 없는 세계 같았어요. 지금은 반대로 노나카 선생님 같은 개그야말로 진짜 어렵다는 걸 깨달았지만(^^)
-중략-
ㅡ당시의 친구들과는 어떤 걸 하며 놀았나요?
우오토 : 계속 대화죠. 개그를 좋아해서, 시답잖은 고등학생들의 수다를 끝도 없이 떨었어요. 알맹이 있고 생산적인 이야기는 전혀 하지 않았답니다. 취미나 진로, 고뇌나 청춘에 관한 이야기도 거의 안하고, 그냥 공허한 주접이 난무했어요. 그게 너무 즐거워서 '내일도 빨리 학교에 가고 싶다'라고 생각했답니다.
ㅡ그 무렵에 꿈에 그리던 만화가의 이미지는 어떤 것이었나요?
우오토 : -전략- 만화가로서 먹고 살아야겠다고 결심했을 때 든 생각은 '아첨하지 않는' 것. '내가 좋아하는 것을 그리는' 것입니다. 그건 지금도 변하지 않았어요. 아첨한다고 성공한다는 확증도 없고, 애당초 아첨하는 법도 모르고, 그렇다면 최소한 좋아하는 걸 그려야겠다, 라고요. 고등학생 때는 데뷔도 못했기 때문에, 정말로 만화가로서 먹고살 수 있을지 고민했어요. 만화를 그린다, 라는 것은 굉장히 추상적이고 의지할 곳도 없는 일이라, 숙달되고 있는지 어떤지도 전혀 모르겠고, 줄곧 불안했어요. 애당초 창작의 근거가 없죠. 하지만 '누군가, 이런 작품을 좋아해줄까?' 라고 생각하며 세상에 내놓는 것보다는 '난 이런 게 좋다'라고 생각하며 내놓으면, 세상에선 아무도 좋아하지 않더라도 나 한사람만은 확실하게 좋아하는 걸 만들 수 있으니까. 그것이 창작의 근거가 되겠죠.
-중략
ㅡ그런 펀치라인 다음은 100미터의 프로토 타입인 100m를 그리셨습니다. 100미터는 어디서 착안한 건가요?
우오토 : 100m도 엄청난 난항을 겪어서... 펀치라인 다음에 뭘 끄릴까 고민하다가 로봇물 같은 다양한 작품을 그려봤는데, 잘 안되더라구요. 그런 와중에 우연이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을 집에서 보다가, 어떤 100m 달리기 선수가 플라잉해서 퇴장당하는 걸 봤어요. 그때 '이 사람, 방금 저 순간적인 흔들림 때문에 다음 기회는 4년 후에나 오는구나...' 라고 생각했어요. 더욱 냉정하게 생각해 보니, 4년 후에 찬스가 또 주어질 거라는 법도 없지. 그에게는 마지막 올림픽이었을지도 모른다. 경기자로서의 인생이 한순간의 흔들림으로 끝났을지도 모른다. 그것은 정말 처절한 세계구나, 라고. 근데 또 그걸 뒤집어 보면, 딱 10초만, 100m 달리기만 엄청나게 빠르면 명성을 손에 넣을 수 있다. '그런 세계가 있구나' 라고 생각하며 미팅 때 그 얘길 했더니 "재미있지 않을까?" 라고 해서. 그 후 1주일 정도 만에 바로 콘티를 그렸습니다.
-중략-
ㅡ그 결과 가작은 그때의 신인상에서 가작보다 높은 입선을 수상하셨죠(^^). 드디어 연재를 시야 둔 본격적인 만화가 생활로 들어선 셈이네요.
우오토 : 그런 생각은 아주 강하게 들었죠. 100m 반년 후에 열린 신인상에 가작을 그린 게 대학교 2학년 때 즈음이고, 입선을 계기로 대학을 중퇴했으니까.
-중략-
ㅡ그런 상태에서 어떻게 100미터가 탄생한 건가요?
우오토 : 주간 소년 매거진 본사에서 6주일간 단기 집중 연재 기획 공모가 있었는데, 타쿠마 씨가 "단거리 달리기 기획으로 해보지 않을래?" 라고 하셨어요. -하략-
ㅡ공모는 어떤 결과가 나왔나요?
우오토 : 공모는 떨어졌지만, -중략- 때마침 소년탐정 김전일 외전 범인들의 사건집의 후나츠 신페이 선생님의 어시로 일하기 시작했던 때라, 바빠질 것 같아 콘티는 일단 쉬게 되었어요. 다만, 콘틸르 묵혀두는건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고, 무엇보다 '왜 떨어진걸까' 라고 납득이 안갔어요. 그래서 그때, 타쿠마 씨한테 말도 안 하고 다른 잡지에 투고했습니다.
-중략-
우오토 : 근데 어플이라, 조회수나 좋아요 숫자는 다 볼 수 있잖아요. 첫 연재에다 시세 파악도 안되고, 그저 의문의 자신감만 있었기 때문에 1화 직전의 시점에는 '분명 잘 될 거야, 분명 인생이 달라질 거야'라고 생각했는데 첫날, 1주일째에 결과가 별로 안좋아 화려하게 충격을 받고...그 뒤로는 반응을 별로 보지 않고 조용히 만들어 나가기로 했어요(^^).
-중략-
우오토 : 기왕이면 자비 출판이라도 하자, 라고 생각하며 트위터에 "안나옵니다" 라고 투고했더니 그게 꽤 많이 리트윗되어서 타쿠마씨도 "좀 논의해 볼게' 라고 해줬고, 결국 나오기로 정해졌어요.
-중략-
우오토 : 가령 사람은 ㅅ언젠가 죽고, 영광을 거머쥐더라도 그게 영원하진 않습니다. 그런데도 그 순간의 영광을 향한 노력을 긍정할 수 있을까, 또한, 긍정하더라도 거기에 매달리지 않고 또 다시 도전할 수 있을까... 그것이 이 작품의 최종적인 테마인 것 같아요.
-중략-
ㅡ만화 외에 다른 오락물은 무엇을 좋아하세요?
우오토 : 영화를 좋아합니다. 아마, 중학생 때 가장 많이 봤던 것 같아요. 아직 자신의 취향을 잘 모르는 상태였기 때문에 집 근처에 있던 츠타야에서 옛날 작품을 100엔에 대여해 준 덕에 매주 주말마다 10편 정도 빌려와 보곤 했어요 -하략-
ㅡ필명(우오토(魚豊))의 유래를 알려 주세요!
우오토 : 갯장어를 좋아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주점 분위기 나는 게 좋을 것 같아 붙였어요. 우오토라는 이름으로 단편 데뷔한 뒤, 호시탐탐면으로 하고 싶다, 라고 했더니 타쿠마 씨가 "별로 상관은 없지만 웬만하면 안 바꾸는 게 좋을거야"라고 해서 '우오토'로 정착했습니다.
ㅡ혹시 좋아하는 말은 있나요?
우오토 : '회의'와 '유머'라는 두 가지 단어를 늘 명심하며 살고 싶습니다. 숨 막히는 답답함을 타파하는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해요.
ㅡ마지막으로 100미터를 읽는 독자 여러분께 메시지를 남겨 주세요.
우오토 : 정말로 독자 여러분 덕분에 계속 그리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정진해 나갈 테니, 관심 있으시면 아무쪼록 잘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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