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담

영화, 닥터슬립

mad wand 2020. 9. 13. 1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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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탠리 큐브릭의 샤이닝을 잇는 후속작...이라고 볼 수도 있겠지만, 스티븐 킹 원작이라는 공통점 외에는 후계라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 내가 원작을 안읽어봤기 때문에 소설의 분위기나 연출을 모르지만, 2편은 1편과 분위기나 연출이 너무 달라졌기 때문이다(부분부분 전작의 오마쥬가 있긴 하지만).

 

감독이 달라졌으니 당연한 것일수도 있겠으나, 닥터 슬립의 중반부에 나오는 로즈의 샤이닝을 이용한 차원도약(?) 연출부터 영화에 균열이 가기 시작한다. 그녀가 공중에서 빙글빙글 회전하는 모습이나, 하늘을 활공하는 장면의 CG가 웃기다 못해 가여울 정도.

 

전작의 경우 샤이닝의 의미가 직접적으로 언급되지 않았기 때문에(오래 전에 봤던 것이라서 착오가 있을 수 있습니다), 단순히 영화제목으로만 받아들였으며, 초자연적인 현상과 심리적 공포를 불러일으키는 연출이 인상적이었던 기억이 난다. 반면에 닥터 슬립의 경우, 영화 중반부터 샤이닝을 활용한 초능력 액션 활극이 펼쳐지는데 이 연출이 유치하기도 하고, 이 액션의 근원인 샤이닝부터 쉽사리 납득이 안된다. 마치 스타워즈의 포스처럼, "루크스 카이오카야 포-오-스를 써서 다스 B다를 물리치거라" 같은 느낌이다. 정확하게 어떤 능력인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몸에 좋은 기술로 아무렇게나 그때 그 상황에 맞춰서 유효적절한 샤이닝이 시전된다. 

 

샤이닝을 쓰는 인물들에 집중해서 보기에는 영화의 꼴이 우스워지고, 전작같은 연출에 기반한 심리적인 공포를 느껴보려는 시도는 만능 샤이닝에 가차없이 차단당한다. 결국 이도저도 아닌 작품이 되고 마는 것이다. 중간에 로스트였었나 뭐였나 악당패거리와 싸울 때는 더 가관인데, 이놈들 중에 제대로 된 샤이닝을 쓰는건 신삥 한명 뿐이고, 나머지는 제습기도 아닌 것이 습기 빨아들이는 기능 외에는 제 구실을 하는 녀석이 없다. 악당들은 하나같이 오래 살았고, 다들 샤이닝을 갖고 있고, 그 샤이닝이란 것은 신에 가까운 초자연적인 능력으로 묘사하지만... 정작 보여주는 건 끝내주는 제습기능 외에는 아무 것도 없다. 그래서 보다가 이 영화의 정체성에 대해서 고민하게 됐는데, 스탠리 큐브릭의 샤이닝을 생각하지 않는다면 그럭저럭 재밌는 영화로 볼 수 있겠으나, 그게 아니라 전작과 이어지는 무언가를 예상했다면 실망과 분노만 생길 영화라는게 결론이었다.

 

초능력 액션 활극을 그릴 거였으면 크리스 "더 자지" 에반스와 다코타 패닝 주연의 푸시같은걸 만드는게 나았을 것 같은데, 은근히 재밌기도 했었고..

 

 

 

 

 

 

 

 

p.s

영화 중간에 RWBY 포스터가 나오길래, 뭔 씹덕애니 같은 포스터가 영화에 다 나오네 했는데 실존하는 애니였습니다.

 

 

바로 이거인데, 애니메이션이라기 보다는 게임같습니다.

아래 링크의 쉬르코아처럼 요즘은 애니메이션도 게임처럼 공용툴로 만들어내는 건가 싶기도 하고

 

 

 

 

p.s2

험담만 했지만 스탠리 큐브릭의 샤이닝을 생각 안하고 본다면 재밌을 수도 있습니다. 디렉터스컷은 러닝타임 3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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