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커스의 딸 올가는 가난때문에 서커스단에 팔려나간 소녀, 올가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소속감과 유대감은 시간, 기억과 함께 자라난다. 올가의 경우 나이가 어린만큼 그런 감정들을 쉽게 잊을 수 없을 것이다. 그만큼 자신의 삶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기 때문에..
자신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가족, 집과 떨어져서 새로운 환경에 놓여진 올가는 정신적으로 고통을 받지만, 그 삶에 서서히 적응해 나간다.
타냐는 올가가 유랑극단의 삶에 적응하는데 가장 큰 도움을 주는 캐릭터이다. 겉으로 보기에는 차갑고 냉정하지만, 누구보다 올가를 생각하고 배려 해준다. -개인적인 감상이지만 작품 자체가 출하느낌으로 완결나다보니, 분량상 자연스럽게(?)사라지는 타냐가 사라져서 아쉬웠다.
달콤한 향기가 나는 날, 올가는 데뷔무대를 갖게 된다.
허드렛일을 하던 올가가 어엿하게 제몫을 하는 서커스 단원으로 성장하는 날임과 동시에 유리 지미도프와 처음 만난 날,이 날의 기억들은 올가의 달콤한 추억이 된다.
올가는 유리 지미도프와 만난 후 가슴앓이를 하지만, 일개 서커스단원인 올가가 유산계급의 자식인 유리와 맺어지는건 현실적으로 힘든 일이다. 여기서 올가는 사랑을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지미도프가 좋아하는 서커스에 더욱 매진하는 선택을 하게 된다.
올가가 서커스에 시간과 노력을 들이는 이유는 표면적으로 그것이 직업인 이유도 있지만, 유랑극단은 올가의 후천적인 가족이며, 서커스는 올가의 자아실현 수단이기 때문이다. 거기에 더해 서커스를 하면 유리를 만날 수 있어서, 올가는 자연스럽게 더 높은 곳을 목표로 연습을 한다.
하지만 살다보면 문득 삶에 대해 회의감이 들 때가 있다. 주변의 인간관계나 기타등등의 문제 등등등.
올가는 가족과 헤어지고 서커스 단원으로서의 삶을 이어나가지만, 어느 날 슬럼프에 빠지게 된다. 개인으로서의 올가와 서커스 단원으로서의 올가, 여태까지 삶을 지탱해준 것은 후자이지만 만약 서커스를 떼버린다면 올가는 어떻게 되는걸까? 본말이 전도된 삶을 상상하며 올가는 고민에 빠진다.
"이대로 춤을 추지 못하면 난 어떻게 되는 걸까"
"어린애가 쓸데 없는 생각하는 거 아니다."
"나 아무데도 갈 곳이 없어. 여기밖에 있을 곳이 없는데..."
"올가. 좀 즐거운 생각을 해봐"
그런 올가를 보며 타냐는 핀잔을 주지만 고민은 쉽사리 해소되지 않는다.
그런 올가를 보며 레오는 올가에게 서커스에 관한 자신의 생각을 들려주고, 올가는 생각을 긍정적으로 바꾸게 된다.
올가 자신이 말했다시피 결국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은 서커스 뿐이지만, 서커스 무대 위에서는 자신이 주인공이고, 올가를 제외하면 모두가 평등한 입장의 관객일 뿐.
막이 내리지 않는다면 연기는 계속 되어야만 한다.
개인적으로 느끼기에는 이 에피소드가 영화 캐논 인버스를 떠올리게 했는데(워낙 오래전에 본 영화라서 기억이 상당히 많이 날라갔을 수 있습니다), 사회적인 제약을 극복하기 위해서 예술로 자아실현을 한다는 점이나(캐논 인버스에서 "우리의 음악이 세계를 바꿀거야" 같은 대사가 나오기도 하고) , 그 동기가 사랑이라는 점에서 유사성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쯤되서 출하의 압박이 들어왔는지 안들어왔는지 모르겠지만, 3권부터 작중 시간이 훌쩍 날아가버리고..
갑자기 대다수의 단원들이 사정상(?) 모습을 감춰버리고, 올가를 비롯한 주요 인물들의 성인이 되서 나타난다.
올가는 바라던대로 서커스로 유명세를 얻고 성공하게 되지만, 한편으로는 타냐를 통해서 서커스 이외의 행복이 있다는 것도 알게 된다.
올가와는 반대로 유리의 경우, 어렸을때부터 그렸던 그림은 가족들의 반대로 그만두게 되고 가족이 맺어준 연인과는 잘 지내지 못하고 방황하는 모습으로 그려진다. 그 와중에 자신을 유산계급으로 정의내려줬던 아버지의 사업은 러시아의 사회적인 상황으로 인해 흔들리게 된다.
유리는 스타가 된 올가와 아무 것도 이룬게 없는 자신을 대비하며, "유리 지미도프"를 정의내리는 것이 무엇인지 고민하고, 충동적으로 자원입대를 한다.
...
여차저차해서(?) 올가는 레오와 결혼식을 올리게 되지만, 당일날 운명처럼 유리를 만나게 된다.
독자에게조차 출하의 압박이 느껴지는 3권이지만, 마무리 자체는 꽤 좋은 느낌이다.
전형적이긴 하지만 이후 둘은 행복하게 잘 살았습니다 엔딩행
빛나는 재능을 가진 올가를 향해 많은 이들이 접근을 하지만, 올가는 그들이 그려주는 성공을 뒤로 하고 유랑극단의 삶을 이어나간다. 서커스와 관객이, 그리고 유리가 있기때문에.
p.s
야마모토 룬룬의 작품들은 올가를 제외하고 출판된게 없어서 아쉽습니다.
서커스의 딸 올가만 해도 5월달이었나 6월달쯤에 주문했던 것 같은데, 아직도 초판인걸 보면 뭐...
신작 "나미다코님이 말하는 대로"가 재밌던데, 이거는 한국 출판사가 기겁하는 잔인한 묘사+올가가 안팔린걸로 봐서 앞으로도 정발될 일이 없을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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