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리뷰

클레르 옵스퀴르 : 33원정대 리뷰

mad wand 2025. 6. 27. 19:29
반응형

 

 

그 자체로 훌륭한 요리지만 조합했을 때 진가가 발휘되는 음식 조합이 있다. 햄버거와 콜라라든가, 치킨과 맥주라든가.

여기서 눈여겨 볼 것은 누가 제일 처음 시도했는가가 아니라, 그 조합의 완성도다.

...어쩌면 내가 몰라서 그렇지 빾썜이 늘 천지창조 하듯이 제일 처음 만들어냈던 것일지도 모르지만.

 

 

그러면 게임계의 치킨과 맥주는 어떻게 만들 수 있을까 한번 생각해보자.

일단 오픈 월드, 시각적으로 강한 인상을 남기는 아트워크, 자기도 모르게 머리 속에 멜로디가 남는 BGM, 이것들을 섞어 보자.

그리고 전투는 실시간이나 턴제 기반 둘중 더 어울리는 걸로 하고 패링과 회피 시스템을 넣고, 이 모든 것을 한꺼번에 조합한다면 어떤 결과물이 나올까. 아이디어는 새로울 것도 없지만, 막상 비슷한 게임이 있나 생각했을 때 팟!하고 떠오르는 인상적인 결과물이 없다.

 

열거한 오픈월드, 턴제라는 작법, 비주얼,  사운드 앤 뮤직 기타 등등은 게임을 구성하는 요소들로서 이미 존재하고 있다. 다만 여지껏 이 모든 것들을 일정 수준 이상 끌어올려서, 치킨과 맥주급으로 맛있게 만든 게임이 없었다는 의미다.

 

맛이라는 측면만 봤을 때 치킨과 맥주, 햄버거와 콜라 같은 조합이 우습게 느껴질 수도 있겠으나, 그 조합의 완성도와 대중성을 생각하면 쉽게 넘볼만한 영역이 아니다. 생각하는 것만큼 뛰어난 요리를 만들어낼 수 있었다면 그 수많은 프랜차이즈와 동네의 수많은 치킨집, 패스트푸드점이 전부 다른 것으로 대체되었을 것이다.

 

 

클레르 옵스퀴르 : 33원정대를 구성하는 요소들을 부분적으로 떼어 보면 더 훌륭한 기존 작품도 있고, 부분적으로 아쉬운 점도 없잖아 있다. 하지만 조합의 완성도를 봤을 때  여지껏 볼 수 없었던 수준이며, 이는 게임 업계에 어떠한 새로운 기준이 될만한 수준이라고 생각한다.

 

새로운 요소는 없지만, 조합의 완성도는 이미 치킨과 맥주인 게임, 그것이 바로 33원정대다.

 

 

 

 

 

초반에 너무 추켜세운 감이 없잖아 있지만, 앞서 말했듯이 아쉬운 점들이 분명 존재한다. 포괄적으로 표현하자면 편의성이 부족하다.

 

미니맵은 아예 없고, 나침반을 보는 것도 불편하고, 전투 후에는 카메라가 강제로 회전해버리다 보니 던전에서는 심심하면 길을 잃게 된다. 배경은 전부 아름답지만 던전 내부에는 이정표가 될만한 장소나 지형지물이 없다시피 하고, 레벨 디자인(레벨 디자인은 플레이어의 레벨이나 난이도 곡선이 아니라, 스테이지의 디자인이다) 은 굉장히 평면적이다.

 

일반적인 게임에서 말하는 스킬-픽토스 편집 또한 굉장히 불편하다. 엄청나게 많은 수의 픽토스가 있으나, 필터링을 지원하긴 하지만 편집 화면은 단순한 텍스트의 나열이라서, 픽토스가 늘어나면 늘어날수록 원하는 픽토스를 찾고 세팅을 갖추는데 시간이 오래 걸리게 된다.

 

 

 

 

 

33원정대의 아트워크는 이견이 없을 정도로 굉장하다. 아름답거나, 웅장하거나, 무섭거나, 다채로우면서도 전부 완성도가 높다.

 

비주얼은 분명 아름답고, 인상적이다. 그런데 제작진은 이 아름다운 세계에 수많은 오브젝트, 메인 퀘스트를 뿌려놓았을 뿐이다. 눈이 즐겁지만, 막상 목적지로 이동하는 과정이나 던전 탐험은 눈으로 즐기면서 기대했던 것만큼 즐겁지가 않다.

 

말하자면 디자인은 매우 훌륭하나, 월드맵은 에스키에 기사님의 관광 코스로만 기능하고, 세계에 생동감을 부여할 수 있는 퀘스트들은 무미건조하며(불편함은 둘째 치고), 수많은 던전의 레벨 디자인은 외형적인 완성도에 미치지 못한다는 뜻이다. 

 

도화지는 역대급으로 아름답지만, 면밀히 살펴 보면 오브젝트를 사방에 뿌려놓기만 한 오픈 월드일 뿐인 것이다. 아름다운 필드에 비해 그 구성은 단순하다보니 아쉽게 느껴진다.

 

 

앞서 말했다시피 던전의 레벨 디자인은 특히 아쉬웠는데, 거의 모든 던전의 길들은 사방팔방으로 뻗어나가기만 하는 형식이다. 레벨 디자인이 단순하니, 탐험이 흥미롭지 않고, 던전을 답파했을 때의 쾌감도 크지 않다. 레벨 디자인이 단순하다고 했지만 그게 길 찾기가 쉽다는 의미는 아니다. 레벨 디자이너는 던전에 단순하게 선 여러개를 그어놓았을 뿐, 그 선들이 유기적으로, 입체적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매우 드물다는 의미다. 또한 전투 후 카메라 시점이 강제로 회전되는 점, 미니맵 부재등으로 말미암아 재밌어야 할 탐험이 때로는 피곤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물론 던전을 재밌게 만드는 것부터가 상당히 어려운 일인지,던전을 답파하는 재미와 답파 과정에서 플레이어에게 가해지는 스트레스의 균형을 맞춘 게임이 많진 않은 편이다. 이는 추후 개발사의 경험이 쌓이면 개선될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한다.

 

...지금까지 한 이야기와는 아무 상관 없는 소재지만 플랫포머 구간은 좀 없앴으면 좋겠다. 넣더라도 도전과제에 엮지 말거나. 

 

 

게임 제작사들은 이런 극기 훈련에 도대체 무슨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는걸까? 게이머 길들이기? 인내심 기르기?

 

 

개인적으로 던전을 탐험할 때 느꼈던 가장 큰 불만으로는 좁은 지역을 통과할 때 이동 속도를 느리게 만들면서, 시점을 강제로 고정시키는 연출을 꼽겠다. 부득이하게 다른 게임을 언급하자면 파판7 리메이크 시리즈도 마찬가지인데, 이런 아무 의미 없는 연출은 무조건 없애버려야 한다고 생각한다. 

 

느릿느릿 구간을 지난 후에는 플레이어가 거쳐 왔던 구역과 완전히 다른 풍경을 보여주면서 분위기를 반전시키거나, 개방감을 주면서 플레이어의 주의를 환기시켜야 하는데 이 게임은 그냥 이속이 느려지는게 끝이다. 느릿느릿 기어 갔건만 어떠한 시각적 보상도, 어떠한 물질적 보상도 얻을 수 없다면, 그게 똥개 훈련과 뭐가 다른가?

후속작이 나온다면 이런 부분은 반드시 개선이 필요해보인다.

 

 

 

스토리에 대해서 특별히 할 말은 없으나, 스토리텔링은 몹시 구리다고 생각한다.

 

플레이 타임 수십시간이 흐른 뒤에야 전체적인 맥락이 파악 가능하고, 그 전까지는 파티원도 아닌 녀석들도 지들 이야기를 떠들어대다 보니 제 3자의 입장에선 흥미를 느끼는 것이 쉽지 않았다. 같은 맥락으로 야영지에서의 대화나 연출도 아쉬웠지만,  소규모 개발작인걸 감안하면 어쩔 수 없었던 것 같기도 하다

 

 

 

 

 

 

열거한 자잘한 단점들에게도 불구하고 33 원정대를 재밌게 즐겼던 이유는, 시각적으로 매우 큰 즐거움을 제공하는 작품이라는 점, 전투, BGM. 여러 가지의 조합 완성도가 대단히 높았기 때문이다.

 

 

게임 자체가 치맥급 조합이긴 하지만 특히 전투가 대단했는데, 턴제 기반이긴 하지만 실상은 턴제의 탈을 쓴 리듬 액션 게임이나 세키로에 가깝다. 물론 혼자서 수십연타를 때려 박는 히든 보스나, 비사주에서 만났던 패링으로만 딜을 넣을 수 있는 기믹형 보스는 다소 무리수라고 느껴지기도 했지만, 그런 아쉬움들은 엔딩까지 누렸던 즐거움에 비하면 사소했다. (말은 이렇게 했지만 후반부로 갈수록 패링의 리스크 대비 리턴이 상대적으로 사소해진다)

 

후반부의 전투 난이도나 몇몇 기믹형 전투들이 아쉽긴 했으나, 타격감, 단체 패링의 연출, 패링의 손맛(?), 어려운 패턴을 극복했을 때의 성취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을때 33 원정대의 전투 시스템은 매우 완성도가 높다. 이는 추후 나올 RPG들에게 하나의 이정표가 될 수준이다.(지나치게 빡빡한 패링 타이밍, 패링 타이밍을 꼬이게 만드는 더러운 카메라 워킹등은 다른 게임이 본받지 않았으면 좋겠지만)

 

 

쉽게 추가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없어서 아쉬웠던 점도 있는데 전투 패배시 즉시 재도전 같은 선택지가 있었으면 실패에 대한 부담감, 피로감이 다소 누그러졌을 것 같다. (글 작성 시점이 25년 5월 초라 지금은 패치로 추가됐을 수도 있습니다)

 

 

 

 

33원정대에 대해 이런저런 불만을 늘어놓았지만, 작품 전체를 봤을 때 특정 부분에서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치명적인 단점이 있다는 의미는 아니다. 재밌게 즐긴만큼 아쉬운 부분들 또한 눈에 들어왔는데, 대부분은 쉽게 고칠 수 있을 것 같았으나 그러지 못했고, 마감이 아쉽다보니 이런 저런 이야기를 늘어놓게 된 것 같다.

 

 

개인적으로 이 게임은 늦어도 출시일로부터 3년 안에는 즐기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샌드폴 인터랙티브의 규모와 개발 기간, 그리고 결과물을 생각했을때 시간이 흐른 뒤에는 클레르 옵스퀴르라이크(?)가 나올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그런만큼 나중에 즐기게 된다면 올해 즐긴 게이머들보다는 덜 재밌게 느낄 확률이 높을 것이다.

 

 

33원정대는 분명 훌륭한 게임이지만 더 재밌게 만들 여지가 많이 남아있는 작품이라 생각해서 샌드폴 인터랙티브의 차기작이 더더욱 기대된다. 개발사의 규모를 생각했을 때 나사 빠진 부분이 지금보다 더 많았어도, 찬사를 받았을 확률이 높다. 그런데 첫 작품부터 대성공을 거뒀버렸으니, 두번째로 들고올 물건이 기대가 되지 않을 수 없다.

 

 

 

 

반응형

'게임 > 리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메타포 리판타지오 리뷰  (0) 2024.11.24
시그널리스 리뷰  (0) 2023.05.03
엘든 링 리뷰(작성중)  (0) 2022.05.05
브레스 오브 와일드 리뷰(작성중)  (0) 2022.02.17
진 여신전생5 리뷰  (4) 2021.12.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