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담

아머드 코어에 대한 기억

mad wand 2023. 8. 20. 1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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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아머드 코어 시리즈의 존재를 알게 됐던 것은 게임 잡지를 통해서였다.

 

90년대 후반에도 PC통신이란 것은 있었지만(천리안의 경우 별도의 요금을 지불하고 넷스케이프?? 였나 어딘가에 접속하는 서비스가 있었던 걸로 기억하지만, 워낙 오래전이고 내가 어렸을 때라 기억이 불확실하다), 게임 동호회의 폐쇄성, 지금에 비하면 말도 안되게 느린 정보 전달 속도로 인해 거의 모든 게임 정보는 잡지를 통해 받아들일 수 밖에 없었다.

 

당시의 프롬 소프트웨어는 매니악한 게임들을 주로 찍어내는 매우 영세한 규모의 개발사였는데, 그 대표작으로는 킹스필스(고인이 되버림)와 아머드 코어가 있었다. 

 

킹스필드의 경우 몇번째 시리즈였는지 기억이 나진 않지만(ps1으로 나왔던 작품으로 기억), 플레이어가 너무 쉽게 죽어서 흥미를 느끼기 힘들었었다. 아머드 코어의 경우 잡지의 칼럼으로 처음 그 존재를 알게 되었고, 실제 플레이는 ps2로 나왔던 아머드 코어2(2000년 발매)로 시작하게 됐었다.

 

처음 아머드 코어를 플레이 했을 때는..

게임의 조작(조작감이 아니라)만으로 사람이 열받을 수 있다는게 꽤(?) 신기하게 느껴졌다.

 

왜냐하면 AC를 제대로 조작하려면 패드에 달려있는 거의 모든 키를 사용해야 했고, 그 조작도 어딘가 직관적이지 않아서(LB, RB가 횡이동, 방향키 좌우는 시계/반시계 방향, LT RT로 시점 상하 이동 등. 다행히 전진/후진/선회는 생각만큼 자주 사용할 필요가 없어서 방향키는 다른 키들보다는 상대적으로 사용빈도가 적었다) 조작에 익숙해지는데 시간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그 당시 플라이트 시뮬레이터류 게임들은 아머드 코어 시리즈에 비해 조작이 훨씬 복잡했지만, 그건 키보드나 고가의 전용 컨트롤러로 즐기는 게임이었고, 아머드 코어처럼 패드로 복잡한 조작을 요하는 게임은 없었다(나중에 철기였나 철괴였나 두글자짜리 로봇겜이 나왔었는데, 그 작품도 전용 콘트롤러가 있었던 걸로 기억).

 

 

 

아머드 코어 잡기는 없다

여담이지만 AC 시리즈가 조작이 특별히 어려운 작품이긴 했지만, 웹에 떠돌아다니는 것처럼 아머드 코어 잡기를 실제로 쓰는 사람은 단 한명도 본 적이 없다. 나는 한국 최초의 아머드 코어 클랜 2art=아머드 코리아 초창기 멤버지만, 그 당시 대전을 하면서 만났던 분들 중에서 아머드 코어 잡기를 쓰는 분은 없었고, 클랜 게시판에서도 그런 정신나간 파지법에 관한 이야기를 하는 사람은 없었다.

 

 

다시 게임 이야기로 돌아가서, AC시리즈 입문작인 아머드 코어2(이하 AC2)에 관해 이야기를 해보려 한다.

 

그 당시 콘솔 게임계는 여러가지 이유로 "온라인 플레이"가 지금처럼 활성화 되지 않았고, 그건 AC2도 마찬가지였다. 다행히 AC2는 ai와의 대전이 메인이라 심심하면 컴퓨터를 두들겨 패면서 놀 수 있었지만, 한편으로는 사람하고 대전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 -인터넷은 그때도 쓸 수는 있었으나, 지금처럼 대중화가 되어 있지 않다보니 대부분의 게임 정보는 잡지로 접했던 기억이 난다.-

 

어느 날, 나는 게이머즈를 읽다가 혜화역에 있는 2art라는 플스방에 관한 정보를 접하게 되었다.

 

'아머드 코어 대전을 위주로 돌아가는 플스방이 있다고? 클랜도 있다고?'

2art는 특이하게도 따로 클랜 홈페이지도 개설해서 운영 중이었고, 도메인에도 2art가 들어갔던 걸로 기억한다. 여튼 나는 국내 유일의 AC 커뮤니티의 존재를 알게 되어서 기쁜 마음에 바로 가입을 했었다.

 

클랜원들은 2art에 자신의 주력 기체를 공개해야 했고, 사이트의 주된 기능은 온라인 커뮤니티 및 오프라인 대전 플레이-오프라인 대전 룰은, 카라사와 사용 금지, 강화인간 금지 등-였었다.

 

당시 클랜원들의 나이는 10대부터 30대까지(그 중 내가 가장 애새끼였고, 대학생부터 직장인분들까지 활동을 하셨던 걸로 기억) 가장 나이가 많은 분은  고르게 분포되어 있었고, 시간과 장소가 맞는 인원들은 벙개를 열기도 했다. 참고로 요즘은 벙개가 완전히 사장된 단어같아서, 부연 설명을 하자면 온라인에서 시간이 되는 사람을 파악해서, 조건이 맞는 사람들끼리 만나는 비정기 모임을 벙개라고 한다.

 


 

오프라인 대전 플레이를 모두 즐길 수 있었다면 좋았겠지만, AC2편의 경우 온라인 대전을 지원하지 않았기 때문에 게임 실력을 올릴 수 있는 방법이 제한적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어느 분이 신기한(?) 훈련방법을 게시판에 올렸었는데...

 

그건 바로 AC2의 기본형 기체(파츠도 당연히 순정)+핸드건+기본 블레이드만으로 본편을 클리어하면 실력향상에 도움이 된다는 글이었다. 제3자가 이 이야기를 듣는다면 대체 무슨 개변태또라이 같은 짓인지, 프롬빠들은 옛날부터 변태들이었다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 같다.

 

실제로 이 수련법을 실행에 옮긴 클랜원은 극소수였는데, 내 경험상으로 2회차 개변태 플레이 이후로 엄청난 실력향상을 이뤘다고 생각한다.

 

이 수련법이 실제로 유효했던 이유는 주무장인 핸드건은 사거리가 몹시 짧고, 기본 공격력이 약해서 과열기믹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했기 때문이다. 사거리가 짧다 보니 적과 근접해서 싸워야 했고, 기본 기체의 허접한 내구도도 족쇄라서, 회피와 공격 실력이 늘지 않으면 어지간한 실력으로는 게임 클리어가 불가능 했기 때문이다.

 

물론 이것은 어디까지나 과거의 이야기다. AC신작 루비콘의 화염은 플레이 영상만 봐도 초보친화적인게 느껴지고, 온라인pvp도 지원하기 때문에, 실력향상 목적으로 상술한 개변태 플레이 따위는 안해도 될 것이다.

 

 

 


 

 

2편은 온라인을 지원하지 않았지만, 어나더 에이지였나 3편부터는 온라인 플레이를 지원했던 걸로 기억한다. 우측의 p2gate는 온라인 플레이를 하기 위해 별도로 구매해야 했던 모뎀이다.

 

AC2편 이후로는 어나더 에이지와 아머드 코어3가 나왔었는데, AC2AA~AC3 쯤 해서 온게임넷에서 대회를 개최했던 걸로 기억한다. 그 당시에 나는 나이가 어리기도 했고, 개인적인 사정으로 참가 신청을 하지 않았지만, 대회 추후에 준우승자분과 1시간 정도 대전을 할 수 있었다. 아무도 궁금해하지 않겠지만 그 결과는.. 주력기체(초경량형)는 꺼냈다하면 압승이라, 평소에 쓰지도 않는 플로팅, 4족 보행, 캐터필러, 역관절 기체를 꺼내면서 접대(?)를 했었다. 

 

그때 그 분이 하셨던 말씀 중에 아직도 기억나는 것이 있는데, 내가 일본인들처럼 플레이를 한다는 말이었다. 당시에는 유튜브도 없고 일본인들이 어떻게 플레이하는지 몰라서 무슨 의미인지 전혀 짐작이 안됐었는데...

 

 

 

AC3 정식 출시 이후, 온게임넷 주최로 열린 한일전 결과로(일본 완승) 봐서는 아무래도 극찬(?)이었던 것 같다.

 

여담이지만 한일전도 그렇고, 이전의 대회도 그렇고, 아직까지 의문스러운 일이 있다. 내가 클랜원 중에 가장 잘한다고 느낀 분은 단한번도 대회에 나가지 않았다는 것이다. 게시판에서 실명전사로 활동하셔서(실제 본명이 아닐 수도 있겠지만, 닉네임은 yxxxxxx) 아직까지 이름을 기억하고 있는 분인데, 어째선지 대회에는 한번도 나가시지 않았었다. 

 

아마 그분이 나갔다면 대떡으로 지진 않았을 것 같긴 한데...순수하게 불참 이유가 궁금할 따름이다.

 

 


 

 

 

과거 이야기는 이쯤하고, 오랜만에 부활한 AC 신작 루비콘의 화염을 살펴보자.

 

 

앞서 말했듯이 AC 구작들은 기체 조작이 가장 큰 진입장벽이었다.

 

이동(점프, 대쉬, 오버드 부스트, 방향전환)과 동시에 타겟 락온(주력 무기는 즉시 락온, 미사일 경우, 일정시간 동안 타겟을 레이더 안에 유지해야 락온이 되던 방식이었다. 그 락온 시간은 어셈블리를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달라짐)을 하는 방식이라 손이 굉장히 바쁜 게임이었다.

 

그런데 루비콘의 화염은 보시다시피 조준 시스템이 굉장히 간결하게 바뀌었기 때문에 구작들보다는 전반적인 조작이 편해졌을 것이라고 추정된다.

 

조준 시스템은 변경되었지만, 그대로 유지되는 시스템도 있다. AC시리즈에서는 기체가 일정 높이 이상에서 착지하면, 그 충격으로 잠시동안 이동을 하지 못하는 시스템이 있다(물론 어셈블리를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서, 이동불가 시간이 달라지고, 레그 파츠가 플로팅인 경우 착지 시 충격을 받지 않는다. 다만, 구작의 레그 파츠나 기타 파츠들이 신작에도 그대로 유지되는지 여부는 알 수 없다). 따라서 이동을 하면서 부스트를 짧게 짧게 나눠써야 하는데, 이 테크닉은 신작에서도 유효할 것이라고 판단된다.

 

 

 

과거 AC 시리즈는 근근히 수십만장을 파는 IP였는데, 그때의 프롬소프트와 지금의 프롬소프트는 기대치도 다르고, 팬보이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늘어났다. 

 

개인적으로는 그런 기대들이 한편으로는 걱정이 되기도 하지만, 모쪼록 오랜만에 부활한 신작이니만큼 되도록 많은 이들을 충족시킬 수 있을만큼 잘나올 수 있기를 바란다.

 

 

 

 

 

p.s

ac3에서는 메뉴얼에 들어간 점프베기지만, 구작에서는 히든 테크닉이었다.

적을 락온 한 상태에서 점프키와 동시에 블레이드 키를 누르면, 말도 안되는 속도로 접근하면서 적을 베어넘겼었다. 적이 플레이어 기체보다 높은 곳에 있으면 말도 안되는 높이로 점프까지 했던 걸로 봐서는, 사실 버그였던 것 같기도 하고(...). 대충 문라이트 블레이드로 벤다 치면 두세방만에 기체가 완파될 정도로 대미지 보정이 절륜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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