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스크롤 그 너머, 오픈월드에 대한 소고

mad wand 2020. 12. 9. 19:43

 

 

 

*편의상 반말로 작성했습니다. 양해바랍니다.

 

 

 

 

성능에 따른 게임적 표현의 한계

 

1) 고전 횡스크롤(사이드스크롤) 게임들

세가의 명작 게임 골든액스2, 슈퍼 알라딘 보이로 발매됐었다. 박력넘치는 필살기 연출, 타격감이 일품이었던 게임. 다 좋은데 고전 사이드 스크롤 게임이 다 그렇듯이 왼쪽의 빈공간으로 뛰면 죽어버린다. 어린 마음에는 저 밑에 발 디딜 곳이 있을 수도 있고, 재수가 좋으면 어디 한군데 부러지고 살 수도 있는건데, 왜 떨어지면 무조건 죽는건지 납득할 수가 없었던 기억이 난다

 

과거의 게임들은 하드웨어적인 한계로 표현에도 많은 제약이 있었다. 셀 수 없이 많은 예가 있겠지만, 그 중에 하나로 스크롤 형식으로 진행되는 게임을 들 수 있을 것이다. 용량때문에 필드를 더 넓힐 수 없었고, 오락실의 부흥을 위해서 스크롤에 끼이면 즉사하는 기믹을 넣었을 수도 있고(사실 스크롤 너머에는 지금 잡으려는 마왕보다 더 무서운 몬스터가 쫓아오고 있는 것이고, 용사는 거창한 대의가 있었다기 보다 그냥 살기위해서 연쇄살인마처럼 보이는건 다 죽이면서 도망쳤던 것일지도 모른다), 밸런스상 왔던 길을 되돌아가지 못하게 만들었을 수도 있겠다. 어쨌거나 플레이어 입장에서는 왜 화면에 끼이면 죽는건지, 왜 왔던 길로는 못돌아가는건지, 순수하게 이해가 안됐었다. 사회의 악인 전자오락게임을 즐기는 폭력적인 어린이들은 어른들의 복잡한 사정을 이해할 수 없었다.

 

이런 스크롤류 게임이나 여타 장르의 제약들은 하드웨어가 발전함에 따라 자연스럽게 해소되어 갔다.(일부는 일부러 남겨서 장르적인 특징으로 이용해먹기도 하지만) 가장 큰 발전은 2d에서 3d로 바뀌면서 개발자들이 표현할 수 있는 영역이 엄청나게 확장된 것을 들 수 있을 것이다. 입체적이고 생동감 넘치는 세계, 자연스러운 npc들, 유저의 상상력에만 기대지 않고 게임적 표현들은 진보를 넘어선 진화를 하게 된다. -물론 그래픽은 끊임없이 발전하기때문에 과거의 3d 게임들은 당시의 유저들이 아니라면 참을 수 없을 정도로 끔직하게 다가올 것을 알기에, 내가 하는 말이 옆집 개소리로 들릴 수 있다는 것도 인지하고 있다.

 

표현력이 높아짐에 따라 3d를 본격적으로 활용한 게임들이 무수히 많이 나왔지만, 그중에 특별히 기억에 남는 게임이 하나 있다. 객관적으로 잘만든 게임도 아니고, 발매 당시에도 이건 왜 이렇게 만들었을까 싶은 부분이 있었고, 게임이 전반적으로 허전한 느낌이 들었지만, 아직까지도 크루세이더 오브 마이트 앤 매직은 잊을 수가 없다. 3d로 표현된 세계를 탐험하는 재미가 신선했기 때문이었을까.

 

 

 

 

 

개방되었지만 정체되어있는

 

1) 그때는 재밌었지만, 지금 하면 재미없을테고, 지금 니가 하면 그때의 다른 사람들보다 더 재미없게 느낄거야. 크루세이더즈 오브 마이트 앤 매직, 그 녀석 후속작도 없죠? 자 쓰레기죠

 

나는 메타스코어나 기타 평론들을 신뢰하지 않는다. 일관적인 기준이 없거나, 유명한 사람이 없기 때문에 게임 구매에 도움이 되는 경우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차라리 트레일러와 스팀의 게임 평가를 슥 훑어보는게 유용하다(과거 게임문화사에서 발간했던 게임 비평은 칼럼들의 수준이 높았고, 현역 게임 개발자와 패미통 필진 등의 다양한 시각을 볼 수 있어서 재밌게 봤던 기억이 난다). 영화를 예로 들면 리뷰어나 평론가 자체가 유명해져서 어떤 일관적인 기준이 확고하게 확립되어있고, 나의 영화 취향과 맞는 사람을 찾았다면 그 평론가의 말이 도움이 될 수 있겠지만, 그런 사람을 찾는게 귀찮아서 트레일러만 보고 영화를 보는 것과 비슷하다. 다시 게임으로 돌아가면, 어떤 확고한 기준을 갖고 있는 사람이 없기 때문에(오 닌텐도, 블쟈, cdpr, 너티독 존내 재밌어요 같은 팬심으로 세운 기준말고) 직접 해보고 평가하는게 옳다고 생각한다.

 

남들이 쿠소게라고 하더라도, 다른 부분에서 찾을 수 없는 장점이 있어서 확 꽂히게 되는 경우가 있기때문이다. COMM만 해도 그렇다, 분명히 좋은 이야기보다 나쁜 이야기를 많이 들었던 게임이지만 나는 대단히 재밌게 플레이했기 때문이다. 지금 보면 어이 없는 타격감, 어이 없는 모션, 작은 주제에 텅텅 빈 필드, 일자진행 등 추억국밥도 못끓여먹을 수준이지만, 이전까지의 RPG처럼 스크롤로 제한된 답답한 시야가 아니라 끝없이 시야가 이어지는 필드, 자유낙하를 해도 죽지 않는 주인공(?), 입체적인 움직임을 즐길 수 있어서 대단히 신선하게 다가왔기 때문이다.

 

 

 

 

2) 방대하지만 공허하다

 

(1) 거대한 맵에 뿌려져 있는 npc와 퀘스트들

하드웨어가 발전함에 따라 오픈월드라는 장르가 확립되고, 거대 개발사들은 자본과 기술을 뽐내는 오픈월드 작품들을 선보이기 시작했다. 기술력이 발달할수록 그 물리적 한계와 표현적 한계는 확장되었지만, 무작정 필드를 넓혀봤자 밀도(오브젝트, 퀘스트, 디자인, 몬스터 등등등)가 낮으면 욕만 쳐먹는 걸 종종 볼 수 있다. 사막, 태평양은 엄청나게 넓지만 목적없이 가게 되면 볼 것도 없고 할 것도 없으니까 "씨x! 개노잼!" 말고는 할 말이 없는 것이다.

 

그렇다고 게임의 허전함을 채우기 위해서 퀘스트를 주는 npc들, 아이템을 흩뿌려놓기만 하면 유저들은 금방 질려버리게 된다. 사막에서 모래알을 찾으면서 철학적 탐구를 하는 사람이 아니라면, 그런 식의 디자인은 무의미한 반복노동으로 느끼기 때문이다.

 

 

 

 

(2) 이런게 상호작용? 이런게 완벽하게 구현된 세계? 

시간이 지남에 따라 개발사들은 저마다의 축적된 노하우와 철학을 갖게 된다. 유비식 오픈월드, 베데스다식 오픈월드 기타 등등. "게임성" 만큼이나 무책임하고 두루뭉술한 표현이다. 소비자인 유저 입장에서 들었을때 대충 어떤 느낌인지 알 수 있을정도고, 그 부작용이 없진 않지만 하나의 브랜드를 갖게 됐다는건 제작사나 투자자 입장에서는 좋은 일일 것이다. 상호작용, 퀘스트 디자인, 전투, 볼륨(?), 버그(?), 모드(?) 기타 등등 저마다의 장점을 내세우는 개발사들과 충성스런 구매집단들은 보증된 판매량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초회차 기준 135시간을 즐겼지만, 장점과 단점이 명확했던 위쳐3. 개인적으로 가장 큰 불만은 이해할 수 없는 레벨링과 퀘스트 배치, 본편 기준 허술한 내러티브였다.
초회차 기준 163시간을 즐겼던 폴아웃4. 분명 병x같은 게임인데, 탐험하는 재미나 몬스터와 인간들을 패죽이는 맛때문에 모든 dlc를 즐긴 후에도 황무지의 망령짓을 했었다. 2d 씹덕 여캐 디자인때문에 본능적인 거부감을 느끼고 있지만, 폴크라이 모드가 그렇게 쩐다고. 씹덕 모델링은 바꿀 수 있다고 하니 궁금하신 분들은 검색을

 

현세대의 오픈월드 게임들이 재미없다는 말은 아니고, 일개 유저에 불과한 나지만 현세대의 오픈월드 게임들에게는 큰 기대를 버린지 몇년이 된 것 같다. 오픈월드라는 장르자체가 과거의 사이드 스크롤처럼 장르적인 문법이 굳어져서, 더이상 새로운 걸 기대하기 힘들어졌기 때문이다. 물론 오픈월드가 재미없다는 뜻은 절대로 아니고, 이평!큐평!씨펑2077 안할거야! 이런 뜻은 아니다. 오픈월드에서 특별함을 느끼기 힘들어졌기 때문에 아쉽다는 의미에 가까울 것이다.

 

상호작용만 예로 들면 강에 얼음 마법을 쓰면 얼어서 강을 건널 수 있게 된다, 나무를 베면 넘어진다. 몬스터에 기름을 뿌려서 불화살을 쏘면 불이 붙는다. 기타등등등. 내가 오픈월드에서 바라는건 단순한 물리적인 현상이 아니라 살아움직이는 세계다. 어차피 저런 것들은 울티마나 울티마 온라인에서도 있던 것들이고 그때보다 그래픽이 발전한 거 외에는 달라진게 없으니까

 

 

 

 

(3) 시작부터 끝까지 짜여진 연극이 아니라 살아서 움직이는 이야기를

위쳐3가 완벽한 오픈월드 게임은 아니며, 눈에 띄는 단점도 더러 존재하는 게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극찬을 받는 이유는 기승전결이 잘 짜여진 다양한 퀘스트들의 존재와, 서브퀘스트들 마저도 서사적으로 연결되는 부분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오랜 시간이 지나서 정확하게는 기억안나지만, 몇몇 서브퀘스트들은 퀘스트 완료시 그 서사가 끝나는 것 같지만, 후반지역에서 각 퀘스트들이 이어져서 하나의 새로운 서사를 만들어내는 식으로(플레이어가 한 종전의 선택에 따라서 후반부에 등장하는 몬스터들과 대화가 달라진다) 퀘스트간에 유기적인 연결을 이뤄냈기 때문이다. 위쳐3는 대단히 잘만든 게임이고 재밌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허전했던 건 그 모든 것들이 잘 짜여진 연극이라는 사실을 알기 때문이다. 오픈 월드의 시나리오와 퀘스트에 절차적인 생성을 적극적으로 도입할 수는 없는걸까?

 

 

 

 

결국은 하드웨어가 더욱 더 발전해야

 

내가 한 행동이 불특정npc들의 행동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세계가 있었으면 좋겠다. 그 영향이 퍼져서 사회적인 변화를 야기할 수 있으면 좋겠다. 예를 들어, GTA라면 취수원을 오염시켜서 도시를 마비시킨다거나, 빌딩 옥상에서 무수한 재화를 뿌려서 교통을 마비시키고, 불특정 다수에게 평생 놀고먹을 수 있는 주식과 비트코인을 나눠주고, 노동의욕을 상실한 사람들때문에 경제가 폭망한다거나(???), 식료품을 모조리 사들인 후에 밀농장들을 모조리 다 태우고, 항구와 공항을 폭파시킨 후에 밀가격을 금값으로 올린다거나. 어째 전부다 반사회적 반인륜적 생각들인것 같은데, 망상은 망상일뿐 뿐 오해하지 맙시다.

 

이런 뻘생각들을 해봤었지만, 감당할 수 없는 버그가 쏟아질테고, 그걸 잡기 위한 개발비와 개발기간, 덩달아 미친듯이 올라가는 인건비때문에 만들어지기 힘들 것 같다는 결론을 내렸었다. 장르적인 한계를 뛰어넘기 위해서는 이전의 게임계의 역사가 보여주듯이, 하드웨어가 발전되야 할텐데 그때가 언제일지 조용히 기대하며 기다려본다.

 

 

 

 

p.s

대작들의 위험부담은 다른게 아니라 인건비와 개발기간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 게임의 볼륨이 커질수록 사람을 갈아넣는 구조가 되는데, 자연스럽게 인건비도 비례해서 증가하게 된다. 월급X사람X개발기간을 고려하면 연단위로 인건비로만 수십억~수백억이 필요할 것이다. 그래서 만든 게임이 망한다? 회사도 같이 망하기때문에 보수적으로 게임을 만들 수 밖에 없다. pc XX 하나된 중국몽 개지X도 이런관점에서 보면 이해가 된다(시장의 크기, 새로운 시장-소비자의 개척, 사회적 흐름). 물론 기존의 겜돌이 입장에선 개같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