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리뷰

누구를 위한 스토리였나, 몬헌 스토리즈2

mad wand 2021. 7. 20. 00:30

*본문에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편의상 반말로 작성했습니다. 양해바랍니다.

 

 

 

 

단순하지만 재밌는 가위바위보

전세계인이 알고 있고, 할 줄 아는 가위바위보식 상성전투. 몬스터 헌터 스토리즈2는 가위바위보에 기반한 전투시스템을 적극활용했다. 기존의 몬헌작품을 플레이해보았거나, 처음 만나는 녀석이라도 외모로(?) 어림짐작해서 찍어서 맞췄을때의 쾌감. 한번의 전투를 토대로 다음에 만났을때는 좀더 잘 싸울 수 있게 되고, 플레이어는 전투를 반복할수록 가위바위보의 고수가 되어간다. 단순하다고 볼 수 있는 가위바위보지만 거기에 더해 인연기술, 더블어택으로 인해서 파고들 요소가 있고, 새로운 몬스터를 만나면 npc상대로 심리전(은 아니고 사실상 찍기)을 굴릴정도로 몰입하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정말 단순한 전투 시스템이지만 별다를 설명이 필요 없을정도로 그냥 재밌다. 공격을 회피하고 일방적으로 두들겨 패는 상황이 재미 없을리가 없다.

 


 

투덜거리면 좀스럽고 민망하니 그쯤 하시지요 소리를 듣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투덜거리고 싶은 것들

몬스터헌터 스토리즈2는 분명히 재밌는 게임이고, 나도 수십시간을 재밌게 했고, 앞으로도 할 생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플레이 하면서 느꼈던 몇가지 단점들을 말하고 싶다.

 

 

라이딩 상태에서의 조작감과 조작방법

비행상태에서는 기존의 조작방법 대신에 L,R로 방향을 틀고, L스틱으로 발진(?), R로 시점을 돌리는 식이었으면 좋았을텐데, L스틱의 기묘한 조작감 덕택에 당신의 비행몹은 대나무 헬리콥터만도 못한 비행을 보여줄 것이다.

 

짜증나는 조작감은 비행상태에서만 느낄 수 있는게 아니다. 스토리즈에 나오는 상자들은 고르고13이 만든건지, 등뒤에 서면 절대 열리지 않는다. 반드시 당당하게 정면에 서서 "그...상자님 송구스럽지만 한번 내용물을 봐도 되겠습니까?" 라고 정중하게 여쭤봐야만 하는 것이다. 그러면 상자님은 "그ㅡ래. 네 녀석은 근래 보기 드물게 예의가 바른 녀석이구나. SR티켓은 없고 여기 용기의 증표나 먹으렴" 라고 인자하게 대답을 해주신다.

 

사실 상자가 앞에서만 열리는게 독립적인 요소라면 제작진이 쓸데없는데서 고집을 부린다고 생각하고 넘어갈 수 있었겠지만, 앞서 말한 기묘한 조작감과 엮이면 플레이하는 내내 은은하게 스트레스가 쌓이게 된다. 계속 말하면 쪼잔하다는 소릴 들을 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말해보겠다.

 

라이딩을 배우는 순간 대부분의 게이머들은 몬스터들을 타고 다닐 것이다. 그런데 지상에서 라이딩을 하면 몬스터들의 반응이 내 조작보다 살짝 굼뜨기도 하고, 제동을 제대로 못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다시 상자로 돌아가서, 몬스터를 타다가 상자를 열려고 하면 두가지 요소의 부정적인 복합작용을 체험할 수 있다.

 

탑승 상태에서 상자를 열려고 할때 섬세하게 컨트롤 하지 않는다면, 상자의 측면이나 너무 멀어지는게 일쑤라서, 차라리 상자 앞에서는 내리는게 낫다고 느낄 정도다. 이런 기묘한 조작감과 정면에서만 열어야 한다는 것도 제약(?)이지만, 근본적으로 필드에 존재하는 오브젝트와 상호작용 범위가 너무 작은 것이 원인이다. 특히 점프를 할 때 빈번하게 느낄 수 있는데, 분명 정밀 플랫포머 게임이 아니지만 이상하게 그쪽 감성을 느끼게 되는 상황이 발생한다. 나는 점프지점에 가서 B버튼을 눌렀는데, 람포스놈은 한걸음 더 내딛고, 내가 입력한 점프는 오브젝트와의 상호작용이 아니라 추락이 될 때가 있다는 뜻이다.

 

 

휴대기기로도 냈지만 정작 편의성은 애매한 부분이

1판당 전투가 은근히 길다. 결국 파밍 게임인데, 그 파밍에 들어가는 시간과 노력이 꽤 필요하다는 것.

엔드 컨텐츠인 용의 동굴과 고룡 파밍(유전자 전승까지)을 생각하면, 용의 동굴은 기존의 플레이 방식과 다를게 없어서 부담이 덜하지만, 고룡 파밍은 멀티 플레이에서 도망가기 불가, 연출 스킵 불가 그리고 민식이 같은 소형몹들때문에 싱글보다 한판 한판 플탐과 부담이 덩달아 증가하게 된다. 물론 최후의 방법으로 접속을 끊어버린다거나 강제종료를 할 수도 있겠지만, 그게 올바른 해결법은 아닐 것이다.

 

멀티 플레이에서는 모든 연출과 전투를 불가항력으로 받아들여야 하니 플탐 또한 자연스럽게 늘어난다. 그러다보니 싱글 플레이에서는 크게 느낄 일 없었던 피로감이 생기고, 플레이(노세이브 클리어 강제)에 구속되다보니 편의성도 떨어지게 된다. 멀티 플레이는 매판 시작하면 앉거나 누은 상태에서 무조건 끝을 내야 하기 때문이다. 

 

 

6의 저주에 걸려버린 동료몬들

스토리즈2의 필드탐색은 동료몬들과 함께하게 되는데, 동료몬들은 저마다의 필드스킬을 갖고 있다. 비행, 돌진, 바위 부수기, 수영 기타등등. 필드스킬 유무에 따라서 탐험할 수 있는 지역이 달라지게 되고, 여기서 메트로배니아적인 감성을 느낄 수 있다. 새로운 동료몬을 얻은 후에, 예전에 가지 못했던 곳을 탐험하고 파밍하는 즐거움을 느낄 수 있다. 그런데...

 

꼭 데려다닐 수 있는 동료몬이 6마리 한정일 필요가 있었을까? 전투 시스템때문에 파워, 스피드, 테크닉을 분배해야 되는데, 6이라는 숫자때문에 탐색을 하다보면 불편한 상황을 자주 맞이하게 된다. 수영을 못한다거나, 점프를 못한다거나, 덩굴을 못탄다거나.

 

우리집에 진오우거, 라기아크루스 있는데... 점프도 할 수 있고 수영도 할 수 있는데...왜... 지금은 못하냐고... 우리집 금송아리 200마리같은 구라가 아니라고...

 

굳이 동료몬을 6마리로 한정시키는 무식한 방법보다는

전투에 참여하는 동료몬들과 필드 스킬만 쓸 수 있는 동료몬들을 분리시켰으면 됐을텐데, 왜 이런 방법을 선택했는지 모르겠다. 

 

주인공의 동료몬인 수호의 레우스. 이어지는 인연의 의지...!

 

 

 


 

가위로 자르고, 주먹으로 부순 다음에 봉지에 담아버린 스토리

 

신비의 지옥 용인 에나의 첫등장

스토리즈2는 인연을 테마로 내세운 게임이다. 튜토리얼부터 라이더와 몬스터와의 인연을 이야기하고, 게임이 끝날때까지 인연을 이야기 한다. 작중에서 말하는 인연이란, 서로 말이 안통하는 생물도 교감을 할 수 있다는 걸 뜻하는 것일 것이다. 그런데 이 인연이란게  챕터3에서 주인공과 레ㅡ후스의 갈등, 그 갈등이 해소되는 과정에 몰입이 안되고 설득도 안되서 나는 그냥 포기하고 넘어가버렸다. 좋은게 좋은거지 그런갑다 하고 넘어갔다는 말이다.

 

본작의 스토리가 망가졌다고 느낀 부분은 인연도 인연이지만,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동력-레드의 존재다.

 

튜토리얼부터 시작되는 가스라이팅

 

게임의 주인공은 다른 누군가가 아니라 나 자신, 플레이어야만 한다. 다른 사람의 이야기도 좋지만, 남의 이야기를 들을 거라면 다른 매체가 많지 않은가?

 

그런데 스토리즈2는 시작부터 레드라는 인물을 전면에 내세운다.

 

외워라! 네 할아버지 레드는 훌륭한 라이더다! 네할레훌라!! 네할레훌라!!!

 

npc들의 레드에 대한 칭찬을 들으면서 진짜 감동하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지만, 대부분은 누군지도 모르는 사람의 한줄짜리 무용담을 듣는 기분일 것이다. 그런데 레드의 미담은 한줄짜리가 아니라 시작부터 끝까지 계속 이어진다. 얼마나 심한지 나는 엔딩을 보고 난 후에 스토리즈1이나 스토리즈 애니메이션을 봐야 하나 진지하게 고민을 했을 정도다(등장여부는 모르지만, 1편과 겹치는 등장인물들이 있다는 이야기가 있어서). 레드라는 인물이 그렇게 와닿지도 않고, 그 강함의 묘사도 회상속 짧은 비행신과 npc들의 입으로만 들었기 때문이다.

 

 

이 두컷을 보면 스토리즈 애니메이션은 확실히 재밌을 것이다

 

 

게임에서의 주인공을 대화형으로만 분류한다면 말을 하는 주인공과 말이 없는 주인공으로 나눌 수 있을 것이다. 전자의 경우 시나리오라이터가 정한 주제를 대신 전달하는 용도로 쓰일 때가 많은데, 그 메세지가 설득력이 없거나 연출이 구리다면 도저히 몰입이 안되서 분위기를 망칠 수 있다. 후자의 경우 앞서말한 단점은 없고, 플레이어 스스로가 캐릭터의 성격을 그리거나, 대사를 상상할 수 있는 자유가 있다. 이런 방식은 세계관 몰입을 도울 수도 있지만, 대화형 주인공의 게임과 동일한 위험성이 존재한다. npc 대화 스크립트나 선택지, 연출이 구리다면 플레이어는 이야기의 주인공으로 몰입하지 못하고, npc들의 심부름꾼, 제3자로서의 소외감을 느낄 수 있다는 뜻이다.

 

스토리즈2의 주인공은 대사가 한마디도 없는(가끔 소리를 내긴 하지만) 말이 없는 주인공형이다. 철저하게 JRPG식 감성을 따르면서 플레이어의 몰입을 유도하지만....개인적인 감상은 주인공에 감정이입이 되지도 않았고, 몰입을 할 수도 없었다. 앞서 말했듯이 레드라는 존재때문이다. 

 

게임의 마지막까지 레드의 뒤를 쫓다가 끝나는 스토리즈2. 레드의 레드에 의한 레드를 위한 스토리

 

플레이어의 모험은 수호의 레우스를 얻으면서 본격적으로 시작하게 되고, 이야기는 자연스럽게 선대 수호의 레우스 라이더인 레드로 이어진다. 할아버지의 발자취를 따라가는 손주와 동료몬의 성장 스토리. 자칫하면 상투적인 이야기로 빠질 수도 있지만, 연출만 잘한다면 명작 소년만화가 될 수도 있었을 것이다. 

 

제작진들은 여기서 고민을 했을 것 같다. 레드라는 캐릭터를 짤막하게 짚고 넘어가면, 게이머 입장에서 잠깐 스쳐가는 스크립트에 언급되는 npc로 느껴져서 몰입도가 떨어질 수가 있다. 반대로 레드를 전면에 내세우면 자칫하다간 "플레이어의 이야기"가 아닌 "레드의 이야기"로 변질될 수 있기때문이다. 제작진은 여기서 후자를 선택했고, 그 결과 "나"는 이야기 내내 레드의 등만 보게 된다. 나오는 녀석들마다 레드의 이야기를 하고, 레드가 얼마나 대단한 사람이었는지 노래한다.

 

내가 나로서 성장하는 이야기? 플레이어의 능력치와 장비는 게임을 진행함에 따라 강해지지만, 게임의 시작부터 끝까지 내가 보게 되는 것은 레드의 등이다. 누가 아이보! 라이다상! 빅하고 그레이트! 라이드-온! 을 외쳐봤자 그때뿐이고 잠깐 지나서 생각해보면, 결국은 모두 레드였다라는 허탈함만 남게 되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높은 확률로 이런 식으로 글을 끝맺는 일이 많은 것 같고, 여태까지 가열차게 깠지만 스토리즈2는 분명히 재밌는 게임이다. 간단하지만 찍는 재미가 있는 가위바위보식 전투, 멋있거나 귀엽거나 예쁘거나 더럽거나 징그럽게 생긴 몬스터들을 하나둘씩 수집하는 재미, 각 유전자들을 강화하고 조합하는 시스템은 시장에서 이미 검증이 끝난 시스템이다.

 

 

유치하지만 가슴을 끓게 만들었던 첫 라이드-온!

전대물을 연상케하는 라이드-온 포즈나, 매력적인 캐릭터들(에나는 애매하지만..그야 디자인이 예쁘니까), 박력넘치는 몬스터 스킬들까지. 플레이하는 재미뿐만 아니라 볼거리, 즐길거리 모두 풍성한 게임이다. SRPG를 좋아한다, 몬헌을 좋아한다, 귀엽고 예쁜 캐릭터를 좋아한다 싶으면(???) 플레이해도 후회는 없을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라이드 온!!

 

 

 

 

p.s

본문에 언급하지 않은 똥기계 스위치의 개적화도 거슬리긴 하지만, 그걸 건드리는 순간 글이 더 길어질 것이고, 모두가 다 아는 이야기니까 넘어가도록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