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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바다를 보는 사람의 원서 표지가 궁금해서 검색을 해보았다. 그랬더니 낯익은 그림체가?
땅부자인건지 물려받은 유산이 많은건지, 도대체 뭘하는지 궁금한 츠루타 겐지의 작품이 나타났다. 어쩌면 이 할배가 상당히 많은 수의 일러스트를 그렸을...것 같기도 한데 굳이 더 알고 싶진 않아서 패스.
알고 보니 바다를 보는 사람들 출판사가 소미 미디어던데, 츠루타 겐지가 표지를 그린 과학소설 바다를 보는 사람을 출판했으면 츠루타 겐지의 "SF 명물 초기 작품집"도 출판하는게 과학적으로 옳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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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하게 말하자면 단편들의 첫인상은 그다지 좋지 않았다.
첫번째 단편인 "시계 속의 렌즈"는 그럭저럭 괜찮았지만, "라마와의 랑데부"에 서정성을 첨가한 느낌이었기 때문이다. 물론 각 작품 내에서 묘사하는 세계가 반지형과 원통형이라는 큰 차이가 있고, 내가 라마와의 랑데부를 읽었을 때가 대략 17년 전이라서 흐릿한 기억에 의존한 편협한 감상일 수 있다.
(아래는 반지형 세계의 이해를 돕기 위한 이미지, 당장 생각나는게 없어서 대충 dice legacy의 스샷을 주워옴)
두번째 단편인 "독재자의 규칙"은 시계 속의 렌즈처럼 작가가 그린 세계를 상상할 필요가 없어서, 꽤 직관적으로 읽힌다. 서술 시점이 과거와 현재를 왔다 갔다 하지만 별다른 노력 없이 읽을 수 있다는 점에서 수록 단편들 중 가장 쉽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개인적으론 읽는 와중에도 르 귄 할매가 자꾸 생각났지만, 시계 속의 렌즈처럼 내 편협함 때문일 수도 있다.
앞선 2편의 단편을 읽고 난 뒤, 유수의 작가들과는 차별화되는 고바야시 야스미만의 특징이 보이지 않았다.
시계 속의 렌즈부터 과학적인 설정들이 많이 나오지만(작품의 특징을 이야기 하는 것일뿐, 내가 하드SF 우월론자라는 뜻은 전혀 아니다), 그것은 고바야시 야스미만의 장점이나 특징이 아니다. 기교를 뽐내고는 있지만, 자꾸 다른 작가가 떠오르다보니 몰입을 할 수가 없었다.
그러다보니 살짝 회의감이 들었지만 그 다음 작품인 "천국과 지국"부터는 내 오만한 생각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해당 단편에서 고바야시 야스미는 여전히 뛰어난 기교를 보여주며, 그것을 바탕으로 중력이 역전된 세계를 세밀하게 묘사하고 있었다. 자연스럽게 몰입해서 읽다보면 어느새 결말이 다가오며 진한 여운을 남긴다. -혹시나 이 글을 보고 책을 구매하는 분들이 있을까봐 작품 전개나 결말에 대한 이야기는 생략하겠다.
그 후로는 일사천리로 읽게 되었는데, 전뇌 세계에 관한 단편 "캐시", 약간 잔인한 묘사가 있는 우주 탐사에 관한 단편 "어머니와 아들과 소용돌이를 둘러싼 모험", 시간의 흐름이 다른 마을에 사는 소년 소녀간의 러브 스토리 "바다를 보는 사람" 등 모두 고바야시 야스미만의 색채가 보이는 뛰어난 작품들이었다.
거의 모든 단편들이 꽤나 빡빡하게 과학적인 설정을 들이밀고 있어서, 피도 눈물도 없는 냉혹한 이과식 작가인가 싶겠지만,그런 설정과 달리 단편들은 모두 사랑을 소재로 다루고 있다. 그것을 어떻게 SF적으로(?) 작품 속에 녹이는지, 하나의 소재를 어떻게 변주하는지를 중점적으로 본다면 작가의 특징과 장점이 보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p.s
이하 바다를 보는 사람 스포일러가 포함되어있습니다.
지극히 개인적으로 아쉬운 점을 들자면, 작가가 해피 엔딩을 선호하지는 않는 것 같다는 것이다. 타이틀 단편인 바다를 보는 사람도 좋긴 했지만, 연인에게 가장 아름다운 모습으로만 기억되는 소녀의 결말은....너무 매정하지 않나 싶으면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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